스님 법문

[수륙재] 9월 26일 국행수륙재 5재 법문(유튜브라이브) 2021-09-26

     가장 먼저 고려, 조선을 거쳐서 지금까지 이런 수륙대재를 봉행해 주시는 여러 선조들과, 오늘도 그 전통을 이어서 수륙재를 지내주시는, 준비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드립니다. 천지명양수륙무차평등대재라고 하는 이 수륙재는, 우리가 알고 보면, 얼마나 소중한 재인가를 알게 됩니다. 지금은 인간들끼리, 우리나라 국민들끼리도 서로 마음이 소통이 안 돼서 너다 나다, 진보다 보수다하는데, 수륙재를 처음 만드신 우리 선조들은 인간들이 마음이 서로 통일이 되고 하나가 되려면, 인간들만이 아니라 하늘과 땅과 이승과 저승과 뭍과 물과 일체 모든 것이 차별없다는 것을 알고, ‘근본은 부처 하나뿐이다하는 이러한 법이 믿어질 때 저절로 소통이 되고 하나가 된다는 그런 법을 가르쳐주신 분들입니다. 그건 대단한 철학이요, 대단한 신심입니다. 그래서 오늘 그러한 고마움을 먼저 가지고 수륙대재 법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심발원

금차 진관사 수륙대재를 증명하시고 호념하여 주시는

모든 불보살님 전에 일심발원하옵나니,

이 도량에 모인

과거 무시이래로 인연있는

수륙고혼들과 모든 중생들

마음에 맺힌 한을

수륙의식에 의지하여 방하착하고

참나는 누구런가

죄업에 물듦이 없는

본마음을 깨달아서

왕생극락 임운등등(任運騰騰) 하여지이다

나무아미타불

 

      지금 바깥에 앉아 계시는 분들 중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나무 그늘이 시원하다는 이유는 나무가 온통 햇빛을 다 받아주고, 나무가 그 햇빛을 가지고 바로 광합성을 해서 엽록소를 만들고, 줄기를 피우고 열매를 맺는 까닭입니다. 우리가 나무 그늘에서, 아니면 지붕 아래서, 당장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이 나라의 그늘 아래서 오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저 큰 나무가 햇빛을 받아준 그 그늘이 있듯이, 우리 선조들, 오늘 모시는 수륙재에 온 모든 그런 영령들, 그러한 분들이 햇빛을 대신 받아주고 이 나라를 위해서 목숨 바치고, 가족들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나무 그늘을 만들어준 까닭입니다.

      그러한 분들을 해마다 청해 모시고, 그 마음의 아픈 상처를 씻어드리는 목욕 의식, 그 염불. 지금 금방 와서 그 염불 잠깐 듣는데도 아유일원경(我有一卷經), 우리 수륙재 도량에는 하나의 큰 누구나 볼 수 있는 경전이 있는데 이거는 종이로 된 것도 아니고 먹으로 쓴 글도 아니고 전개무일자(展開無一字), 한 글자도 쓴 바가 없는데도 과거 무시이래로 오늘날까지 그 광명이 조금 더 쉰 바도 없고 적어진 바도 없으니, 오늘 수륙재에 오신 모든 수륙고혼들이여, 그리고 이 나라를 위해서 목숨 바쳐서, -오늘 우리 대한민국이 2차 대전이 끝난 다음에 독립국이 100여 나라가 더 넘는데도 경제, 문화, 철학까지 모든 것이 독립된 나라는 대한민국 하나뿐입니다.- 이러한 나라를 물려주신 모든 조상들을 모셔놓고 이런 수륙재를 지낼 수 있는 도량이 있다는 자체가, 이거는 전 국민이 고마워야 할 일이고, 전 국민이 조용히 저 염불 의식을 들어봐야 합니다. 우리가 저 염불 의식을 들을 때 그 마음 떨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서구 문명에 너무 물이 젖어서 좋은 클래식을 들을 때는 마음 떨림이 오면서, 그 좋은 염불 의식을 들을 때는 그러한 마음의 울림이 없다면, 그만큼 우리가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고고한 전통을 놓치고 살고 있구나 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오늘 수륙고혼들이 참 엄청 많이 와 계시는데, 그분들이 들을 때는, 그 낭랑한 목소리로 하는 염불을 들으면 그 마음에 맺혔던 한이 스르르 풀어집니다. 풀어졌다는 것은 구름이 걷혔다는 얘기요, 구름만 거치면 태양은 그냥 비추고 있지, 태양을 새로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 수륙고혼과 모든 선조,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영령들이여. 부처님 말씀 중에 가장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준 말씀 중의 한 가지가, 영가들 오늘 이 자리에 온 영혼들의 본마음이나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우리들 마음이나, 마음은 완전하다는 것입니다.

       태양 광명이 우리나라가 깜깜할 때도 저 호주나 뉴질랜드 반대쪽에서 환하게 비추고 있듯이, 구름이 아무리 끼어도 구름 위에 태양 광명은 조금 더 모자람이 없듯이, 당신들 마음 마음 오늘 와서 염불 들을 줄 알고, 목욕을 시키며 큰 마음의 상처를 씻어주는 염불를 들으면 고마워할 줄 아는 그 마음은, 지옥에는 가면 아픈 줄을 알고, 즐거운 데 가면 즐거운 줄 알고, 밤이면 밤인 줄 알고 낮이면 낮인 줄 아니, 어느 날, 어느 때, 어떤 상황이라도 그 마음은 적어지지도 않고 많아지지도 않으니, 그것을 하나 알게 되면 이것이 바로 수륙무차평등대재더라.

      그러한 세계, 그것을 알려주려고 이 의식을 합니다. 옛날 선조들은, 저 염불 목소리는, -듣다 보면요, 우리는 어려서 그걸 좀 배웠기 때문에,- 목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고, 저 밑에서 부처님을 청해 모시고, 부처님 보고 증명해 달라 그러고, 모든 영령들 보고 이리이리 해서 마음의 목욕을 해서 이런 염불소리 듣고, 법문 들어서, 부디 마음의 상처는 놓아두고 마음의 태양과 같은 그러한 영원한 희망이 당신 본질, 본 모습이라는 걸 깨달아서, 라라리라라 라라리라라 태평가를 부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절에서가 아니면 이런 의식을 해주는 데가 없습니다.

      그러면 오늘 영가들이여. 부처님 말씀이나 조사스님들 말씀 듣다 보면 마음은 닦을 필요 없다, 완전하다그러면 속습니다, 우리는. 그럼 닦을 필요도 없지 않느냐. 닦을 필요 없기 때문에, 금일 영령들이여, 열심히 닦아야 되고, 인생을 바쳐야 되고, 목숨을 바쳐야 됩니다. 왜 그러냐 하면, 구름 안에 있는 태양 자체는 닦을 필요가 없습니다. 광명은 그냥 아미타불이니까. 그러나 태양을 새로 만들 필요도 없고, 닦을 필요도 없는 까닭에 구름은 걷어내야 된다, 이 말이에요. 내가 완벽한 걸 믿고 내가 부처라고, 내가 내 마음은 완벽하다고 믿음이 가면, ‘! 내가 이 완벽한 걸 써먹지 못하고 고통 받는 건, 내가 미워하는 마음, 원망하는 마음, 이 세상에 살았을 때 미련과 애착이라는 구름이라는 감옥 속에 갇혔구나.’ 그걸 부처님께서는 생각의 감옥에서 벗어나라 하셨어요. 수륙재는 생각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길을 보여줍니다. 시청각 교육이죠. 저는 가만히 어떤 때는 앉았다가 그 좋은 염불소리를 듣다 보면 저건 인간의 소리가 아니다. 자연과 인간과 이승과 저승이 하나 되어서, 영혼의 언어는 인간들 귀만 즐겁게 하는 게 아니라, 염불이란 모든 중생들이 귓구멍으로 듣는 언어가 아니고 그냥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온 우주의 언어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금일 영가들이여. 그런 언어를 우리는 마음이라 그러고, 부처라 그러고, 마하반야바라밀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마하반야바라밀을 우리는 대화엄의 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금일 영가들이여, 혜국스님이라고 하는 법사가 금일 영혼들에게 전하려고 하는 것은 그 완벽한 당신들의 마음과 내 마음은 둘이 아닌 까닭에, 그럼 둘이 아니라는 거는 하나냐? 하나까지도 없어질 때 둘이 아니란 말이에요.

      지금 우리 스님들은 함월당 법당 안에 앉아 있고 저 바깥에 계신 분들은 바깥에 앉아 계시는데, 벽을 싹 허물어버리면 안이 없어져요. 안이 없어지고 나면 뭐가 없어져요? 밖이라고 할 게 없어요. 안이 있을 때 우리는 안이다, 저쪽은 바깥이다 그러는데 안이 없어지고 나니 바깥도 없어지고 한 허공이구나. 허공에서 볼 때는 미국 허공도 이 허공이오, 인도 허공도 이 허공이오, 한국 허공도 그 허공입니다.

      자, 금일 영가여. 그러면 우리가 하나 생각해 봅시다. 내가 충주 석종사에서 여기를 오려면 자동차로 와도 2시간 걸립니다. 석종사 하면 두 시간, 부산하면 한 네댓 시간, 인도 타지마할 룸비니 기원정사 하면 비행기로 가도 한 여 남은 시간. 그런데 금일 영가들이 나하고 인도 룸비니 1초도 안 걸리고 갔다, 석종사 1초도 안 걸리고 갔다, 해인사 1초도 안 걸리고 갔다. 마음으로는 먼 데, 가까운 데가 없어져 버렸어요. 시간과 공간이 없는 자리에 살면서 왜 고통을 받고 왜 생사윤회를 하는가. 그런 까닭에 마하반야바라밀이더라.

      그러면 태양은 결코 더러움이 없는데도 구름이 끼면 광명을 발할 수 없듯이, 오늘 이 자리에, 수륙대재에 동참한 명과 양, 하늘과 땅, 이승과 저승, 인간과 중생, 일체 색계, 무색계, 욕계까지 다 합친 모든 그것이 오직 한 허공이더라. 허공이 아니라 허공성이다. 다만 그 허공성 한 허공이 저 벽 때문에 밖이 생기고 안이 생기고, 내가 생기고 남이 생겨서 나와 남이 나누어진 바람에 서로 진보니 보수니 싸우지만, 근본 벽만 허물어버리고 나면 한 허공을 보여준 것을, 부처님께서는 꽃 한 송이를 들어보였고, 달마 대사는 확연무성(廓然無聖)이라 하였습니다. 오늘 그걸 한 번 듣고 금일 영령들이여, 수륙대재를 지내준 그분들에 대한 그 고마움이 마음속으로 자라고 이고득락하여, 임운등등하여, 그 공덕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남북통일까지, 세계 평화까지 이어지도록 우리 한 번 한 생각 내보자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큰 복이었다면 스승이 있는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성철 큰스님부터 기라성 같은 그런 스승들, 내가 스님 된 다음만 하더라도 동산스님, 효봉스님, 금호스님을 비롯해서 그 아래로 쭉 스승들, 그 스승이 안 계셨는데 내가 이 길을 갈 수 있었을까, 60년 넘어 이 길을 갈 수 있었을까, 아마 어려웠을 겁니다.

 

      오늘 진관사 수륙대재에 동참한 모든 영령들이여, 수륙고혼들이여, 우리 스승을 한 번 찾아서, 이 앞에 계시는 스님들과 신도들의 정성과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시간과 공간이 없는 자리이기에, 바로 이 자리에서 법안문익선사라는 큰 스승을 한 번 찾아가 봅시다. 앞에 계시다 이 말이에요. 그런데 우리를 대신해서, 자방(子方)스님이라는 스님이 와 계십니다.

      그 이전에 금일 영가들이여, 젊은 영령들이 듣기 쉽게 하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김광섭씨 <마음>이라는 시를 한 수 영전에 올리고 본론 본문으로 들어가니 한 번 들어보도록 합시다.

 

마음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면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리하여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뜨고

숲은 말없이 물결을 재우노니

행여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워질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는다

 

내가 참 좋아하는 시 중의 하나입니다. 영령들이여, 수륙고혼들이여, 당신이나 나나, 이 앞에 계시는 모든 분들이나, 날아가는 새나 뒷산에 노루나, 마음의 샘물은 꼭 같습니다. 그런데 한 평생 살다 보면 내 마음의 샘물에 돌 던지는 놈, 고기를 낚아간 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놈, 별별 일을 다 당합니다. 금일 영령들이여, 살아가는 동안 많이 당한 일이죠. 그게 인생입니다. 만일 그런 거 아무것도 없는 인생이라면, 그런 인생은 없습니다. 만약 1365일 맑은 날만 이어진다면 우리는 진관사 저 푸른 숲은 하나도 볼 수 없고, 들국화, 맨드라미, 봉선화 단 한 송이 꽃도 볼 수 없습니다. 6개월만 맑아도 다 죽어서 사막이 되어 인간은 못 삽니다. 비바람과 태풍과 해일이 저 푸른 숲을 만들어주듯이, 돌을 던지고, 고기를 낚고,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지른 이것이 인간 삶이라는 걸 알고, 그래도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뜨고, 숲은 말없이 물결을 재우느니, 행여 내가 내 자신이 부처라는 백조가 깨어나는 날, 내 마음의 산물이 흙탕물이라면 어떻게 달이 비추겠냐는 이 말이에요.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가 어지러워지면 달이 안 비추니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는다. 그 꿈을 덮는 걸 뛰어넘어서, 꿈 자체와 꿈 아닌 게 하나가 되는 게 오늘 법안문익선사를 찾아가서 당신들이 가야 할 수륙대재의 종착점입니다.

      떡 법안문익선사를 찾아갔다 이 말입니다. 가보니 그날따라 자방스님이란 스님이 수륙대재의 도를 물으러 왔다 이 말이죠. , 길을 물으러 왔어요. 그러니 법안문익선사가 오늘 수륙고혼들과 그 자방스님을 두고 하는 말이 자방스님, 자네 스승은 장경스님인데, 자네 스승 장경스님이 살아 생전에 늘 평생 쓰신 법문이 <삼라만상 중에 법신만이 홀로 드러났구나.>일세. 자네는 이 말을, 이 스승의 뜻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랬다 이 말이에요.

       금일 영가여. 삼라만상 중에 때로는 오늘 이 진관사에 오신 그 많은 수륙고혼들이 고통을 받다가 오신 그런 분들은 잠깐이라도 나왔으니 정말 이 시간이 즐거울 것이오, 또는 그보다 덜한 데서 온 사람들은 더 오래 염불을 듣고 싶고 법문을 듣고 싶지만, ‘들을 줄 아는 그 자리는 너와 내가 없는 자리요, 극락과 지옥이 둘이 아닌 자리니, 어떻게 저 허공에 너와 나를 가르며 이쪽과 저쪽이 있겠느냐. 그럼 허공이 있는 것이냐. 있다고 하려니 눈 먼 시각장애인분께 어떻게 허공을 보여줄 것이며, 없다면은 이 집은 어디에 어디에 있고, 나무들은 어디에 어디에 살고 있느냐이 말이에요. ‘있고 없는 걸 뛰어넘는 중도 연기가 존재의 원리더라. 그것이 삼라만상 중에 법신만이 홀로 드러났구나,’ 이랬다 이 말이에요.

       그런데 자방스님이 공부를 좀 했는가 몰라도 떡하니 이런 걸(그릇 뚜껑) 들어 올렸단 말입니다. 근데 스승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그런 것은 인정을 안 해요. ‘자네 그렇게 흉내 내는 건 어디서 배웠어.’ 꽉 막혔다 이 말입니다.

      ‘금일 수륙고혼들이여. ‘장경스승께서 한 평생 쓰신 <삼라만상 중에 법신만이 홀로 드러났구나.> 이 뜻이 어디 있는가.’

      그러니 그 제자가 또 한 번 대답을 하기를 옛 사람들은 삼라만상을 벗어나지를 못했습니다.’ 그랬어요.

      금일 영가들이여, ‘스승이 한 말씀 바로 받아들이면 이거야말로 참으로 아유일원경이요, 상방대광명이란 말이요.’ ‘이 사람아.’ 스승이 하는 말씀이, ‘이 사람아, 삼라만상 중에 법신만이 드러나지 삼라만상은 없다며, 벗어날 삼라만상은 없다고 해놓고는 무엇을 벗어난다는 말인가.’ 이랬어요.

      그러니 그럼 삼라만상 중에 법신만이 홀로 드러났다는 그러한 세계를 자네가 한번 물어보게.’

      ‘딱 삼라만상 중에 법신만이 홀로 드러났다는 그 세계가 소식이 어떠한 소식입니까하니까, -사실상 법안문익선사는 아무 말 없는 걸로, 입을 다문 걸로 대답을 하고 싶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아마. 이건 혼자 생각이니까 이거 욕 얻어먹을 소리지만.- 자비심으로 대답을 하기를 공이지, 공이지.’

금일 수륙대재에 동참한 모든 영가들이여, ‘저 텅 빈 허공에는 먹물을 끼얹어도 더러워지지 않고, 똥물을 끼얹어도 더러워지지 않으니 텅 빈 공성은 더럽힐 수가 없다. 더러워질 수가 없다는 게 아니라 더럽힐 수가 없다. 밝은 무량광명 아미타 광명을 어디에서 피할 것인가. 오히려 피할 수가 없다. 이게 수륙재야.’

      그런데 자방스님이 여기서 활연대오, 깨달아버렸어요. ‘아하 삼라만상 중에 법신만이 드러났다는 건 드러날 것이 있는 게 아니라 공성이었구나. 벽만 허물어버리면 온통 한 허공인데 나는 벗어난 법신이 있는 걸로 생각을 했었구나.’

      금일 수륙대재에 동참한 하늘과 땅, 명과 양, 물과 뭍, 온갖 유와 무라는 상대성에서 양변이라는 벽을 허물어버리니 중도 연기라는 영원한 평화가 왔으니, 금일영가여. 그게 당신 본질이오, 내 본질이오, 우주의 본질이오. 그걸 부처라 그러고 마음이라 그럽니다.

 

      옛날 선조들이 양 무제 이래로, 고려 광종 이래로, 조선 태조 임금께서 막상 고려를 없애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워보니 얼마나 많은 충신이 죽었으며, 내 편에서 죽은 사람만이 아니라 상대 쪽에서 죽어간 모든 그런 영혼들. 이건 그냥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세상 사람들은 내 마음이 상처받은 건 억울하게 생각하지만, 남의 마음의 아픈 상처까지 내 마음의 상처와 꼭 같이 볼 줄 알면 그건 공성입니다.

      그래서 부처님 법이, 나와 남을 둘로 보지 않는 나와 남이 하나인 법을 가르쳐주는 부처님 그러한 법이 염불 의식으로 내려와 수륙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은 우리 수륙고혼들이, 오늘 모인 영혼들이 해야 할 일이 뭐에요. 벽을 허물어야 되는 거구나. 저 벽을 허물어버리기 전에는 안이 따로 있고 밖이 따로 있으니, 내가 따로 있고 남이 따로 있고, 조선이 따로 있고 고려가 따로 있어요. 그런데 벽을 허물어 버려서 한 허공일 때는 고려 때 허공이나 조선시대 허공이나, 만 년 후에 허공이나 허공은 없어지질 않는 이유가 생하지 아니한 까닭이다. 생하지 아니한 까닭이 아니라, 생과 멸이 둘이 아닌 까닭이다. 그래서 금일 수륙고혼들의 마음의 벽을 허물어버리는 것을 우린 수륙대재라 그럽니다.

      서두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우리가 너무 서구 문물에 익숙해져서 클래식이나, 팝송 좋아하는 사람은 팝송을 들으면 그냥 마음이 움직인다는 거예요. 그런데 나는 요즘 랩음악인가 뭔가를 들어보니 무슨 샤발락 샤발락 샤발락 언니에게 물어봐. 나 나는. 나는 몰라.’ 도대체가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어요. 아무리 들어도 마음이 안 움직여지는 거예요. 근데 아까 딱 들어오는데 하, 염불이 좀 뭐라 그럴까. 꾼들이 하는 염불이 아니라 아주 순수한 정성이 나오는 염불이 떡 들렸어요. 들어와서 합장을 하고 법문 전에 들어보니까 아 정말 좋다.’ 내가 이리 좋은데 수륙 고혼들은 얼마나 좋을까.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금일영가들이여, 춤추는 그 자리에서 머물면 또다시 돌아가야 돼요. 그러니 벽을 허물어버리자. 그럼 생각의 벽을 허물어버리는 방법을 우리는 팔만대장경이요, 그 생각 자체의 벽을 허문 게 아니라, 생각 자체가 우주 진리라는 거를 딱 꽃으로 보여준 게 대화엄입니다. 그러면 대화엄이고 대법화로 한번 들어가 보자.

      자 금일영가들이여. 어제 저녁 내가 꿈에, 불이 나서 막 뜨겁다고 난리를 쳤는데 아침에 딱 깨고 보면 불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없어요. 그러면 내 생각에서 불이라고 해서 그렇게 막 쫓아다니고, 물이 들어오면 허우적거렸어요.

      금일 영혼들이여, 내가 오늘 진관사 수륙재가 고마워서 얼음으로 잘 생긴 조각상을 하나 가지고 와서 저 법당 앞에 놔두면 한 시간 있으면 눈이 녹아버리고 코가 녹아버리고 나중에 요만한 얼음덩어리로 있다가 나중에는 물이 돼버리는데, 금일 수륙고혼들이여, 얼음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있다고 하니 물이 되어버려서 없어졌고, 없다고 하려니 아까는 분명히 있었고. 얼음이라는 세계는 없다, 삼라만상도 마찬가지다. 나도 마찬가지고 당신도 마찬가지다. 물이라고 하는 존재가 영하라는 인연을 만나면 얼음으로 나투고, 영상이라는 인연을 만나면 물로 나투고, 100도 이상의 끓는 물 인연을 만나면 수증기가 되듯이, 인연만이 있구나. 연기 공성일 뿐이구나. 오늘 서울에서 온 분들 보고, 한강 건너 온 사람 보고 한강 몇 번이나 봤냐스님 수십 번 봤습니다.’ 그것 때문에 마음에 상처가 생기는 겁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모양은 저 한강물이 쉼없이 흘러가듯이, 아침에 본 강물은 이미 바다로 흘러가버렸고, 조금 전에 본 강물 또한 흘러가 버렸으니, 우리가 같은 강물을 두 번 볼 수 없듯이, 같은 얼굴도 볼 수가 없고 같은 산천도 볼 수 없고, 얼음과 다를 게 무엇이냐.

      다만 얼음이다 물이다 그 만드는 인연은 오늘 나를 만들어서 말을 하게 만들고 수륙고혼들이 인연을 만들어서 듣게 만들고 있으니 인연법의 소중함이여, 연기공성의 소중함이여, 이것이 바로 삼라만상 중에 법신만이 홀로 드러났으니, 금일 수륙고혼들은 듣는 놈이 누구인가. 이 듣는 놈 하나가 바로 연기공성이니, 연기법을 깨달은 나를 깨닫고 나를 깨달으면 연기법을 깨닫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한평생 말씀하신 게 연기 중도법이더라. 그 말을 조사 스님들은, 금일 영가여, ‘벽을 허물어 버리는 방법을 나도 없고 남도 없을 때 어떠합니까. 즉 벽을 허물어버린 상태가 어떠한 상태입니까하고 물으니, <대나무 그림자 댓돌을 쓸어도,> 대나무 그림자가 막 댓돌을 쓴다고 마당을 쓴다고 먼지가 일어나요, 안 일어나요? 안 일어나요. 금일영가여. 고통받는 그림자가 그림자인 줄 알면, 당신 마음만 일으키지 않으면 먼지 하나 일어나지 않고, 밝은 달 연못을 투과해 들어가도 물결 하나 일어나지 않는다. 그 밝은 달 연못에 투과한 달은 천 강에 있건 만 강에 있건 하늘에 있는 한 달이었구나. 금일 수륙고혼 등이여. 알고 보니 나와 남이 오직 한 공성인 부처 뿐이었구나.‘

 

금일 수륙대재에 동참하신 수륙고혼들이여.

이러한 수륙재 공덕으로 마음이 공한 줄을 바로 보면

생각의 감옥에서 벗어난 시간

금일 영가들이여.

오늘 금일 영가들이 드리워준 그 그늘 아래서

살아가는 후손들이 지극정성 바라옵나니

부디 부디 이고득락,

참나인 연기공성 깨달아서

이고득락하여지이다

나무아미타불

 

다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