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사 소식

무위당 진관스님 4주기 다례재 2020-07-19

무위당 진관스님의 4주기 다례재가 봉행되었습니다.

 

2020년 7월 19일 오전 10시 진관사 향적당에서 다례재가 봉행되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노스님을 기억하는 많은 스님과 재가자가 동참하였습니다.

 

2주기 다례재에 노스님을 기리는 진광스님의 글을 다시 올립니다.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음 더하네!

香遠益淸(향원익청)

 

조계사 도량 곳곳에 연꽃 향기가 가득한 것이 맑고 향기롭기만 하다. 문득 2년 전 스님이 떠나시던 그날이 떠오른다. 그 후 오랫동안 임이 아니 계셔도 어김없이 꽃은 피고 지고, 세월은 유수처럼 흘러만 간다. 그럼에도 더욱 그리움을 더하는 건 임께서 남기신 수행과 덕화의 향기가 그만큼 크고 넓기 때문 일게다. 이제 곧 무위당(無爲堂) 진관(眞觀) 큰스님의 2주기 추모다례일이다. 임께서 떠나시던 것이 바로 어제인 듯 분명한데, 벌써 2년 성상(星霜)이다. 내 방 벽에 걸린 큰스님 진영은 자애로운 미소로 함께하건만 스님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신지요? 선가에 이르길, “하늘의 뭇별은 모두 북극성을 따르고, 집집마다 대문 밖은 장안으로 통함이라(天上有星皆 拱北 家家門外通長安)”하였으니, 다만 스님은 도()와 함께 여기에 분명 하리라(道在爾) 생각합니다. 아쉬운 것은 스님을 모시고 함께 가보고 싶은 곳이 참 많았는데, 몸이 불편하신지라 나만 홀로 천하를 유력(遊歷)한 것입니다. 가는 곳마다 작은 엽서를 보내 드렸는데 내심 기다리시다 가 읽고 또 읽으셨을 겁니다. 그리고 삼각산 아래 진관사 조실채에 누우신 채 아마도 와유(臥遊)를 하셨겠지요! 이젠 삼각산을 휘도는 바람이나 허공처럼, 혹은 한강을 따라 유유히 흘러 바다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고 허허롭게 항상 여여(如如) 하실 거예요. 삼각산이자 진관사 그 자체이신 스님께서는 언제나 이 도량의 허공과 바람 그리고 한그루 소나무처럼 항상 대기대용(大機大用)으로 함께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스님께서 마지막 떠나시는 다비를 할 때, 하늘도 슬퍼하는 듯 억수 같은 장대비가 펑펑 내렸었지요. 계호(戒昊) 주지스님께서 거화를 할 때에 오랫동안 시봉한 응선스님의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나도 몰래 눈물이 주루룩 하염없이 흘러 내렸답니다. 아마도 저의 노스님이신 원담(圓潭)스님과 은사이신 법장(法長)스님의 마지막 순간이 떠올라서 일겁니다. 그렇게 날이 가고 달이 가고, 꽃은 피고 또 져서 어언 2년 성상(星霜)이 지나건만 스님을 향한 그리움과 아쉬움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마치 연꽃의 향기가 만리를 가는 것(蓮香萬里) 과 같고, 또한 연향이 멀리가면 갈수록 더욱 맑음을 더하는 것(香遠益淸) 과 같습니다. 큰스님의 평생의 수행과 자비덕화가 다만 연향만리 향원익청(蓮香萬 里 香遠益淸)’, 이 여덟자에 다 통섭(統攝)함이니, 달리 무엇을 더함이 오히려 누()가 되고 사족(蛇足)에 지나 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큰스님께서는 자비스런 불보살이자 때론 엄격한 선지식이었으며, 자상한 어버이시며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길벗 이셨습니다. 스님이 계셔서 삼각산과 진관사는 그 광휘(光輝)를 더했고, 많은 스님네와 불자들은 자존(自尊)과 자비(慈悲)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위당 진관 큰스님이시여! 부디 불망본서(不忘本誓)하시고 속환사바(速 還娑婆)하시어 광도제중(廣度濟衆) 하소서! 다시 묻노니, 진관 큰스님의 본체(本體)와 당처(當處)는 어느 곳에 계신지요? “천개의 눈을 가진 관세음보살도 투철히 알지 못하는 것 이, 바람을 따라 비로 화해서 앞산을 지나가네!(千眼大悲不看透 隨風化雨過前山)”

진광스님/ 조계종 교육부장(불교신문 기고2018.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