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가 분들에게 수계를 하는 날입니다. 영가 분에게 수계를 한다고 하면 이해가 잘 안 되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본디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닙니다. 둘일 수가 없구요. 그렇다고 그러면 우리는 육신이 있는 형태로 살아갑니다만, 영가는 육신은 없습니다. 그러나 존재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영가 분들에게 수계를 한다.’ 아마 처음 겪으신 분들은 ‘세상에 그런 일도 있나?’ 이렇게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저는 분명히 영가는 존재하고, 여러분들의 제일 소중한 인연, 업이 지극한 인연, 서로 공덕이 무거운 인연은 틀림없이 이 자리에 오시게 되어있습니다. 진관사 국행수륙무차평등대재가 그냥하는 것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천만의 말씀입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의 눈을 조금만 뜨고 보신다면 틀림없이 영가가 와 계심을 알 것입니다.
그런데 ‘영가 분에게 계를 설한다.’ 그 자체는 영가 분에게 공덕을 지어서 영가에게 회향하는 일인 것입니다. 영가 스스로는 혼자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공덕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소중한 인연이 공덕을 지어서 영가에게 회향한다고 한다면, 영가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환희로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 받아들임이 다시 우리에게 되돌아옵니다. 우리는 그것을 흔히 음덕(蔭德)이라고 표현합니다. 음덕이라는 말은 거기서 나오는 말인데, 그래서 분명히 영가는 오는 진관사 국행수륙무차평등대재에서 유명계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인연이 없으면, 인연이 무거우면, 그 영가의 업이 무거우면 이 도량에 들어오지도 못하는 거예요. 저 도량 밖에서 어물쩡거리다가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고 살아 생전에 선근을 조금 심어놓은 것이 있다 그러면 틀림없이 이 자리에 와서 이 법사 이야기를 잘 들을 겁니다. 그것도 기쁜 마음으로 들을 겁니다. 횐희롭게 들을 겁니다.
이 영가 역시 선근이 있어야 되고, 맑은 마음이 있어야 되고, 또 깊은 신심이 있어야 합니다. 신심이란 일체 중생의 본래 갖춘 심성의 근본이며 진상이 고요하며 원융하여 두루 불생불멸을 얻되 범부와 성인이 없으며 예로부터 지금까지 조금 더 하거나 덜하지도 않느니라.
이제 육도가 쉼 없이 삼계에 오가는 것은 모두 한 생각 망령되게 움직여 참된 밝음을 덮은 탓이니라. 청정한 몸 가운데 업 따라 나타나니, 사랑과 탐욕과 훔치고 버리는 일이 생겨나니 이른바 눈 안에 티끌이 있어서 허공에 꽃이 떨어지는 것과 같으니, 이런 까닭으로 천생만겁에 항상 생사를 오고 가는 것을 어찌 쉬리요. 진실로 어두움을 깨달아 잘 비추면 모든 인연이 일어남이 본래 자성이 없는 것이며, 이른바 방심이니, 만약 광심을 쉬면 쉬는 것이 곧 보리이니라. 광심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일어났다고 없어지고 일어나는 그런 망념, 망상을 말하는 겁니다. 그 광심을 쉬면 곧 보리입니다. 보리란 말은 지혜란 말입니다.
향 사루고 꽃을 올려 여러 영가는 일심으로 청합니다.
사바교주 본사 석가모니불 과거각화정 자재왕불
서방접인 아미타불 당래하생 미륵존불
허공계가 다하도록 법계에 두루 하신 부처님들
원하건대 본래 서원 어긋나지 않도록 자비광명 두루두루 비추시어
계 받는 일, 증명하여 주옵소서.
계 받는 일, 증명하여 주옵소서.
계 받는 일, 증명하여 주옵소서.
향 사루고 꽃을 올려 여러 영가는 일심으로 청합니다.
대소이승 비니율장 오편삼취 해탈목차 십이분경 권실교전
탐욕여읜 청정진리 깊고 깊은 가르침에
일심으로 귀명정례하옵니다.
일심으로 귀명정례하옵니다.
일심으로 귀명정례하옵니다.
향 사루고 꽃을 올려 여러 영가는 일심으로 청합니다.
유명교주 지장보살 관음보살 세지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청정해중 보살님과 율장회상 우바리존자 전남산종 여러 율사
중흥율조 혜운형공 대화상 유명정계 화상님은
원하건대, 본래 서원 어긋나지 않도록 자비광명 두루두루 비추시어
계 받는 일, 증명하여 주옵소서.
계 받는 일, 증명하여 주옵소서.
계 받는 일, 증명하여 주옵소서.
향 사루고 꽃을 올려 여러 영가는 일심으로 청합니다.
광명회상 여러 천신 대범천왕 제석천왕 천룡팔부 신장님들
호계하는 선신들과 금강역사 염라대왕 여러 지옥 대왕들과
가람토지 보호하는 모든 여러 신장들은 원하건대
본래 서원 어긋나지 않도록
이 계단을 보호하여 주옵소서.
이 계단을 보호하여 주옵소서.
이 계단을 보호하여 주옵소서.
(대중 스님들은 모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나무보현왕보살마하살
여러 영가 분들이여. 이제 삼보 앞에 비롯함이 없는 죄업을 참회하였습니다. 신심은 깨끗하여 더욱 늘어나서 고통의 과보는 멀리 여읠 것입니다. 먼저 마땅히 네 가지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네 가지 무너지지 않는 믿음이란 모든 중생이 숨기거나 나타나며 가지고 있는 체성이니, 체성은 하나요, 다르지 아니하며, 하나의 체 가운데 갖추고 있는 불법승 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 영가 분들은 이제부터 믿음을 얻었으니 자기 마음속의 불,법,승,계를 미래의 몸이 다하도록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기에 불괴라 하는 것입니다. 비록 체에 진상을 갖추었으나, 닦아 증득하지 아니하면 없는 것이니, 이른바 이 마음으로 부처가 되고, 이 마음이 부처인 것입니다. 마땅히 주지삼보에 귀의하여 청정묘계를 받아 의지하여 수행해야 바야흐로 위 없는 불과를 원만성취 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중 승들은 모두 장계 합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 여러 영가는 이제부터 미래의 몸이 다 하도록
부처님께 귀의하겠습니다.
저 여러 영가는 이제부터 미래의 몸이 다 하도록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겠습니다.
저 여러 영가는 이제부터 미래의 몸이 다 하도록스님네께 귀의하겠습니다.
저 여러 영가는 이제부터 미래의 몸이 다 하도록부처님의 계율에 귀의하겠습니다.
(대중들은 모두 장계 합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가분들이여 자세히 들으십시오.
이제 영가를 위하여 대승보살의 열 가지 다함이 없는 계를 대신 계를 받는 사람에게 낱낱이 대신 받게 하겠습니다.
이제 계목을 설 할텐데 여러분들이 인연있는 영가의 이름을 생각하시고 대신 대답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첫째. 짐짓 살생하지 말라. 이것이 보살계이니 영가는 잘 지키겠습니까?
-잘 지키겠습니다.
둘째. 짐짓 훔치지 말라. 이것이 보살계이니 영가는 잘 지키겠습니까?
-잘 지키겠습니다.
셋째. 짐짓 사음하지 말라. 이것이 보살계이니 영가는 잘 지키겠습니까?
-잘 지키겠습니다.
넷째. 짐짓 거짓말하지 말라. 이것이 보살계이니 영가는 잘 지키겠습니까?
-잘 지키겠습니다.
다섯째. 짐짓 술을 마시지 말라. 이것이 보살계이니 영가는 잘 지키겠습니까?
-잘 지키겠습니다.
여섯째. 짐짓 사부대중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이것이 보살계이니 영가는 잘 지키겠습니까?
-잘 지키겠습니다.
일곱째. 짐짓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헐뜯지 말라. 이것이 보살계이니 영가는 잘 지키겠습니까?
-잘 지키겠습니다.
여덟째. 짐짓 간탐부리지 말고 욕하지 말라. 이것이 보살계이니 영가는 잘 지키겠습니까?
-잘 지키겠습니다.
아홉째. 짐짓 성을 내어 참회를 아니 받지 말라. 이것이 보살계이니 영가는 잘 지키겠습니까?
-잘 지키겠습니다.
열째. 짐짓 삼보를 비방하지 말라. 이것이 보살계이니 영가는 잘 지키겠습니까?
-잘 지키겠습니다.
여러 영가분들이여. 영가는 이제 보살묘선계를 이미 받았으니 삼도의 업이 쉬고 육도의 정이 사라져 미도를 초월하여 바로 깨달음에 들어가 뜨거운 번뇌의 고통을 여의고 청량제를 얻으리라.
또 모름지기 신심과 뜻이 견고하여 행운이 물러나지 아니하고 보리가 원만해 지리라. 그러므로 경에 이르되, 중생이 불계를 받으면 곧 제불의 지위에 들고 지위가 같은 큰 깨달음을 이룬다 하셨느니라.
(영가를 대신하여 세 번 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