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법문

[동지기도] 12월 21일 동지기도 주지스님 법문 2020-12-21

-팥죽 나누며 이웃 위한 나눔 실천하는 날-

 

    안녕하세요. 오늘도 비대면으로 여러분들과 함께, 시청자들과 진관사 신도님들께 법문을 해보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지가 벌써 1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동짓날입니다. 옛날 같았으면 초파일 다음으로 신도들이 굉장히 많은 날이었는데, 이렇게 코로나19로 인해서 비대면을 하다 보니까 신도님들도 구독하는, 시청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동짓날은요, 밤이 제일 길고, 긴 긴 밤이라고 하죠.

 

"동지는 명일이라 일양이 생하도다.

 시식으로 팥죽 쑤어 이웃과 즐기리라.

새 책력 반포하니 절후는 어떠한고.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어 지루하다."

                                      -11<농가월령가>-

 

    사실은 동지 기도는요, 새 희망을 기원하면서 코로나를 물리쳐야 되는, 종식시켜야 되는 기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과 밖이 삿된 기운을 막고서 양의 기운을 맞아들이는 절기가 동지입니다. 보통 음기가 가득할 때는 양기의 팥을 뿌려서 삿된 기운을 막는데요.

    우리는 동지를 작은 설이라고 하고, 일 년에 4번이나 되는 설을 맞습니다. 동지가 그 첫째, 절기의 22번째, 소한, 대한 끝나면 24절기가 마치고, 24절기가 시작하는 입춘도 새해라고 볼 수 있고요, 그다음에 음양의 새해가 있습니다. 양의 정월은 양력 11일이고, 음의 정월은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를 새해라고 하는데, 이렇게 4번이나 되는 새해를 맞이합니다.

     오늘 동지는 음력 초이렛날이에요. 음력으로 초하루부터 열흘까지를 애동지라고 그러고, 열하루부터 스무날까지를 중동지라고 그러고, 스무하루부터 마지막 그믐까지를 노동지라고 해요. 애동지는 아기들이 불편하고 좋지 않다고 해서 동지팥죽을 안 쑤지만, 저희들은 이웃과 함께 공덕의 음식, 베풂의 음식, 나눔의 음식을 해서 팥죽을 굉장히 많이 쒀서 나누었습니다. 오늘도 오신 분들은 가져 가실거고, 저희들이 그동안 참 많이 베풀고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래서 팥죽이란 시에 보면, 두죽(豆粥)이라고 그래요. 우리가 두탕(豆湯)이라고 해서 수륙재 때 두탕을 올립니다. 팥죽을 올리는데요. 우리가 팥죽이라고 할 때는 한글로 팥죽이고, 한문으로는 두죽 또는 두탕이에요. 李應禧(이응희)가 지은 옥담유고에서 보면,

 

                                        팥죽(豆粥)

                 復月霜雪至(복월상설지)니   동짓달에 서리 눈이 내리니

                 田家寒事畢(전가한사필)요   농가에는 월동준비를 마쳤다.

                 瓦釜明豆粥(와부명두죽)라    오지솥에는 팥죽 끓는 소리

                         (우리는 큰 솥에 몇 말씩 되는 팥죽을 쒔거든요.)

                 食之甘如蜜(식지감여밀)이라    먹으니 그 맛이 꿀처럼 달구나.

                          (사실은 달지는 않지만 맛있다는 표현을 달다고 한 거예요.)

 

    여러분들은 집에 가셔서 시식하면서 같이 함께 드시진 못하지만, 팥죽의 의미를 새겨보시고, ‘올해 팥죽 한 그릇 먹었으니 새해가 시작되었구나.’라는 느낌도 들고요. 옛날에는 나이 숫자대로 팥죽의 옹심이를 먹는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80세 되신 분이 80알 먹으면 큰일이 나죠. 그럴 때는 십진법으로 열 살에 1개씩만 먹으면 8알만 먹으면 됩니다. 70대시면 7알 먹으면 되고. 옹심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엄청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분들은 또 팥죽을 안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런데 보통 우리들의 음기를 보해서 양기를 북돋우는 그런 음식도 되고, 약간 찬기가 있기 때문에 찹쌀로써 상호보완을 해줍니다.

 

동지의 유래

    중국 주()나라에서 동지를 설로 삼은 것도 이날을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며, 주역경의 복괘(復卦)11, 즉 자월(子月)이라 해서-우리가 십이지할 때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라고 하지요. 11월을 자월이라고 해서 동짓달이라고 해요. 그렇지만 십간 할때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라고 해요.- 동짓달부터 시작한 것도 동지와 부활이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지를 陽始生之日(양시생지일, 양의 기운이 비로소 시작되는 날)이며 다음 해가 시작되는 날, 아세(亞歲)라고 해요. 그래서 우리는 작은 설이라고도 해요.

    동짓날 팥죽을 먹는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전해지는 말이 있는데, 사실 신라시대 때부터 그렇게 먹었고요, 고려시대 때도 가족이, 밖에 나간 가족들이 다 모여서 팥죽을 쑤어, 색동저고리 같은 채색이 된 옷을 입고서 같이 나누어 먹고, 어른들에게 술을 드리면서 수명장수를 발원하고 가족의 화합을 나눴다고 해요.

    몇가지 전하는 전설이 있는데,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의하면, “공공씨( 共工氏 )의 재주 없는 아들이 말썽만 잘 피워요. 그런데 동짓날에 죽어서 역질(疫疾) 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하여 팥죽을 쑤어 물리친 것이다." 라는 기록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절집에서 점안식이라든지, 큰 행사를 할 때, 나쁜 기운이 올 때 팥을 뿌려요. 팥을 뿌리고, 소금, 막걸리 등등해서, 삿된 기운을 벽사해주는,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팥죽을 쑤어서 벽에 뿌렸던 기록이 있어요.

    한국의 동지 풍속은 신라시대 선덕여왕과 지귀의 이야기에도 들어있어요. 선덕여왕이 황룡사에서 예불을 드리는데, 지귀라는 사람이 여왕을 사모해서 빨리 만나고 싶은 생각에, 예불 끝나고 만나자고 선덕여왕이 사람을 시켜 얘기했으나, 예불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죽었어요. 죽은 지귀가 남의 집과 재산을 태우는 악귀가 되었고, 사람들은 팥죽을 쑤어 액땜을 한다고 해서 악귀를 쫓았다고 해요. 벽사(辟邪)의 역할을 하는 거예요.

    선()의 세계를 알리기 위한 설화도 있어요. 중국 무착 선사가 오대산 문수보살을 친견코자 정진하였으나 마음에 집착함이 남아있어-무착의 반대말이 뭔지 아시죠. 집착이죠. 세상에 집착이 없으면 자유로운데, 집착 때문에 병이에요. 무착 선사는 그런 의미의 집착은 아니지만,- 아직도 마음에 문수보살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까 문수보살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겠음을 한탄하였다고 해요. 이후 앙산선사의 문하에서 정진하고 있었어요. 어느 동짓날 무착 선사가 팥죽을 쑤면서 주걱으로 젓고 있는데, 홀연히 가마솥 팥죽 위에 문수보살이 나타난 거예요. 무착은 팥죽을 쑤던 주걱으로 문수보살을 후려갈겨 버렸어요. 이에 놀란 문수보살이 무착! 나 문수일세.” 라고 거듭 말하였으나 무착은 문수는 문수고 무착은 무착일 뿐이다(너는 너고 나는 나지).” 라고 하였어요. 그건 이미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이를 통해 무착은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선의 세계를 보여 주었다는 일화예요.

    또 나한전의 나한님의 입술이 좀 빨갛지요. 부산의 마하사에 관계된 것입니다. 동짓날 아침, 마하사의 공양주 보살은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어요. 늦잠을 잔 바람에 아궁이 불씨마저 다 사그라지고 불씨를 얻으러 밑에 내려가야 되는데 늦게 갔어요. 이때 절 아래 동네에 사는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러자 "아까 동자가 오셔서 불씨를 얻어 갔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그래서 공양주 보살은 부리나케 절로 돌아왔어요. 왔더니 팥죽이 다 쒀져 있고, 나한님께 마지 올리려 가니 나한님의 입에 붉은 팥죽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런 내용도 있고, 설화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어쨌든 팥죽의 의미는 우리들이 1년 동안 무탈하고 원화소복(遠禍召福), 화는 멀리 가고 복을 비는 의미도 돼요.

    동지 기도를 맞이하여 새해에는 어떤 바람을 해야 되겠느냐.

첫째, 부처님을 뵙는 기쁨

둘째, 법을 듣는 기쁨

셋째, 보시하고 후회하지 않는 기쁨

넷째, 온갖 중생에게 안락을 주는 기쁨

이 네 가지 기쁨이 항상 충만하고, 부처님의 가피력으로 재앙소멸이 모두 사라지길 발원해야 합니다.

    그래서 동짓달 동짓날 동지팥죽 드시고 원화소복하셔야 되는데,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코로나19로 인해서 모든 삶이 어려울 때 드시면서 건강하고, 면역력을 키우고 1년동안 무탈하기를 발원합니다.

혹시 박복한 사람이 이런 생각을 낼 수가 있어요. ‘나는 왜 이리 복이 없나?’ 복을 지은 바가 없기 때문에 복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채근담에 보면,

 

하늘이 나에게 복을 박하게 준다면

나는 내 덕을 두텁게 쌓아 이를 맞이하고

(나를 박복하게 만들더라도 복을 지어 복을 두텁게 하면 되고)

하늘이 내 몸을 수고롭게 한다면

나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이를 보충하고

(‘다른 사람은 편한데 왜 나는 고통스럽나라는 마음을 낼 수도 있지만, 그런 마음을 내지 마시고 그 마음을 편안하게 해서 아무리 나에게 고통을 줘도 나는 편안하게 해야 되겠다.’라는 마음을 내면 편안한 거예요. 그렇듯이 괴롭다는 생각을 내지 마시고 편안한 마음을 내시고.)

하늘이 내 경우를 곤란하게 한다면

(나를 곤란하게 해서 시험의 대상이 되게 할 수도 있지요. 혹시 우리가 잘 나가다 가도 아래로 끌어내려져서 괴로움이 닥쳤을 때 그걸 역으로 돌려서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겠다, 이런 생각을 내어 가지고)

나는 내 도를 깨우쳐 이를 통하게 할 것이다

그러니 하늘인들 나를 어찌하겠는가

 

그래서 하늘이 아무리 나를 박복하게 하고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나를 수고롭게 하더라도 내가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끄달리지 않으면 어찌할 수 없다는 말이에요.

    팥죽만 드실 것이 아니라 팥죽을 먹는 의미도 생각해 보시고, 팥죽은 벽사의 의미도 있고 화를 없애고 복을 불러주는 의미도 되니까 이웃과 더불어 함께 공덕을 베풀면서 좋은 일을 많이 하시면 하시는 대로 세상은 편안해 질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코로나19로 인해서 모든 사람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팥죽을 많이 드시면서 면역력을 키우시면서 모든 사람이 편안하고 행복하고 또 함께 더불어서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야 되겠지요. 발원은 내가 하는 거예요. 남이 해주는 게 아니에요. 기도도 본인이 하는 거예요. 그래서 세상은 나 스스로, 하늘은 스스로 하는 자를 돕는 거예요. 억지로 안 하려는 걸 역행해서 하는 역행보살(逆行菩薩)보다도 순행을 하면서 마음으로 모든 사람에게 잘해줘야 되겠다, 이런 마음 내면 세계가 평화롭고 아름답고 아주 행복해집니다. 행복이 멀리 있지 않습니다. 바로 내가 행복을 느끼면 행복은 느끼는 자의 몫입니다. 우리도 이웃과 더불어 함께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고 편안하고 좋은 날이 오기를 심축해서 다같이 행복하도록 기도해봅시다. 감사합니다. 오늘 법문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