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법문

[입춘기도] 2월 3일 입춘기도 회향 2021-02-03

 

 

<세속입춘 발심입춘>

 

      오늘 입춘 법문은 처음 하는 거 같아요. 입춘 법문 한 기억이 없어요. 근데 오늘 입춘 법문 제목이 <세속입춘 발심입춘>. 이런 제목으로 법문을 하겠습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이렇게 다 써 붙여요. 그런데 이게 뭐냐. 동북아시아 우주관, 동북아시아 생활습속 이런 거예요. 입춘대길이다, 건양다경이다 하는 의미를 찾아보면요,

 

立春大吉 立字 莅義也 吉字 福義也

입춘대길 입자 이의야 길자 복의야

建陽多慶 建字 至義也 慶字 福義也

건양다경 건자 지의야 경자 복의야

 

      입()자는 임할 이()자와 같은 뜻이다. 초 두 밑에 지위 위자가 있는데 그게 임할 이자에요. 임이라는 것은 온다는 뜻이에요. 시작이 아니라 온다. 봄이 온다. 봄이 임했다. 대길(大吉)이란 자전에 찾아보면 길은 복()야라, 길한 건 복된 거예요. 복된 건 다 길한 거예요, 다 좋은 거예요. 그래서 <봄이 오십니다, 큰 복으로 오십시오.> 이렇게 염원하고 이렇게 행사하는 게 입춘 염원, 입춘 행사입니다. 봄이 오는 거예요. 그런데 봄만 오는 게 아니라 복과 함께 온다. 큰 복으로 오십시오.

      건양다경이라고 하는데, ()자는 그 용례가 건은 지야라(建字 至義也), 이를 지자, 건이라는 것은 이른다는 소리예요, 역시. 양이라는 것은 동지부터 하지가 양인데, 양절기, 양의 절기가 오신다. 다경(多慶)인데, 많을 다자는 많다는 의미고, 경사 경자도 경사는 역시 복이에요. 그래서 한자사전을 찾아보면 경은 복야라(慶字 福義也). 복 돼야 경사스러운 거예요. 그런데 길할 길자 두 번 쓰면 재미없잖아요. 양절기가 다가옵니다. , 많은 복으로 오십시오.

立春之日 東風解凍 迎春迎福 古今同事

입춘지일 동풍해동 영춘영복 고금동사

 

      그렇게 해서 입춘날이 오면 어떻게 되냐. 동풍이 해동을 하니, 동쪽에서 봄바람이 불어오는데 얼음을 다 녹여요. 해동을 해요. 그러니까 영춘영복(迎春迎福)이라, 봄도 맞이하고 복도 맞이한다. 옛날에 동아시아에서는 국가마다 영춘각이 있고 영춘대가 있어요. 영춘각, 그 집에 가서 봄맞이를 하는 거예요. 왕과 신하들이 나가서. 영춘대가 있어요. 어느 장소에 가서 영춘행사를 하는데, 왜 봄을 맞이하는가. 복이기 때문에 그런거예요. 봄은 복을 가지고 온다. 그래서 영춘은 영복이다. 이는 고금이 동사라(古今同事), 옛날이나 지금이나 봄맞이, 복맞이는 다 사람들이 원하는 세속적인 일이거든요.

 

天增歲月人增壽 春滿乾坤福滿家

천증세월인증수 춘만건곤복만가

寒來暑往 秋收冬藏 禍因積惡 福緣善慶

한래서왕 추수동장 화인적악 복연선경

天地玄黄 宇宙洪黃

천지현황 우주홍황

四方上下曰 宇 古往今來曰 宙 天地也

사방상하왈 우 고왕금래왈 주 천지지

 

      그런데 하나 재밌는 일이 있어요. 양무제 때, 양무제가 명을 해서 천자문을 짓게 했는데, 그 천자문 구조가 사언(四言) 한시 이백오십구() 천자문이에요. 네 가지 말로 된 한시인데, 구가 250, 그러면 총 합해서 천자인데, 거기에는 봄 춘자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천자문에. 천자문에 봄 춘자가 없어요. 희안해요. 그러면서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게 한래서왕(寒來暑往)부터 시작을 해요. 찬 것이 오면 더운 것이 간다. 그래서 오는 건 보이는데 가는 건 안 보여요. 그래서 동아시아 인식 방법으로 하면 왕래보다 내왕이 맞는 거예요. 봄이 오니까 겨울은 가잖아요. 찬 것이 오니까 더운 것이 가잖아요. 이게 한래서왕이거든. 추수동장(秋收冬藏),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감추고. 이 동아시아인들은 추수동장을 굉장히 중시했다는 거예요. 가을에 거둬서 겨울에 잘 간직하는 것을. 인생도 가을걷이가 있고 겨울저장이 있는데 이걸 잘해야 돼요. 그 한참 재밌어요. 그리고 복을 빌 때 옛날에는 기둥에다 많이 붙이는데, 빠짐없이 붙이는 입춘 시가 있는데 천증세월인증수(天增歲月人增壽)에요. 하늘은 세월을 더하니까 사람은 수명을 더하게 하고, 하늘은 세월을 계속 증장시키니까 사람은 수명을 계속 증장시키게 하고. 춘만건곤복만가(春滿乾坤福滿家), 건곤에, 하늘과 땅에 봄이 가득하니 집안에는 복이 가득하게 되기를 원하옵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천증세월인증수 춘만건곤복만가>는 날마다 붙이는 입춘맞이 행사, 염원이에요.

      그런데 천자문에는 복은 간데없고 추운 것이 오면 더운 것은 가고, 가을에는 거두고 겨울에는 저장한다. 이런 계절 이야기가 나오고, 조금 넘어가다 보면 참 재밌어요. 복과 반대되는 게 화인데, 화를 부른다고 하잖아요, 재앙 화. 화인적악(禍因積惡)이요, 화는 악을 쌓는데서 생기고, 복연선경(福緣善慶)이라, 복은 착하고 아름다운 데서 생긴다. 거기 인연이란 말이 나오죠. 불교가 중국에 온 지 한참 됐기 때문에 화인적악 복연선경은 불교에서 영향을 받은 시구가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천자문에는 <극념작성(克念作聖)하고, 망령과 정념이 있는데 망령을 이기면 성인이 되고, 덕건명립(德建名立), 덕을 세우면 이름이 선다.> 이런 말이 있어요. 그러니까 중국인들도 봄에 의지해서 무조건 복만 받으려고 한 게 아니라, 이 복이 어디서 오느냐, 이름을 세우려면 덕을 세워야 된다, 사람이 품격이 높아지려면 극념을 해야 된다, 이길 극, 생각 념. 자기 헛된 생각을 이겨야 성스러워질 수가 있다. 이렇게 된 거예요.

     그런데 봄맞이 행사는 그렇게 수신, 작복이 아니라, 새해를 맞이해서 희망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국가행사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해동하는 입춘일에 <봄맞이 복맞이, 봄과 함께 큰 복으로 오십시오.>

      이렇게 되는데, 동아시아 12개월 계절관을 보면 봄을 아주 중시하는데, 봄이 언제부터 시작돼서 언제 끝나나. 동지부터 시작된다고 봐요. 동지에서 양절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하지에서 끝나는 게 양절기의 끝으로 봐요. 동지에서 청명까지가 봄의 절정인데 그게 105일이에요. 그래서 조사어록에 보면, 질문을 해요.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하고 질문을 하면 동지에서 청명까지가 105일이다.” 이렇게 대답을 해요. 동짓날부터 청명, 4월 첫째 계절이 청명이거든요, 그 다음이 곡우고. 양력으로 5월 첫째 계절은 벌써 입하에요. 여름이 다가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곡우가 되면 만춘 만절(晩春 晩節)이라고 봄이 끝나가는 거예요. 그 다음 여름으로 넘어가는 거예요. 곡식 곡, 비 우(穀雨), 곡우 직전 계절이 청명인데 그 청명이 봄의 절정이에요. 그래서 항상 동지에서 청명까지는 봄맞이를 잘해서 만복이 다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거예요. 그래서 가을이 되면 이것을 잘 거둬서 저장하고. 이게 동아시아 우주관이에요. 동아시아 우주관은 천지, 음양, 여기에 잘 순응해야 산다는 우주관이에요, 천지, 음양. 그걸 순천(順天)이라고 해요. 천이란 천지음양이란 말이거든요. 순은 거기에 순응해야 된다. 천지음양의 순응하지 않는 걸 역천(逆天)이라고 해요, 거스를 역자. 그래서 <순천자(順天者)는 존()하고, 생존할 수 있고, 역천자(逆天者)는 망()이라, 죽는다.> 이거거든요. 이런 우주관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천지는 현황하고(天地玄黄), 현은 붉을 현자인데, 하늘 색을 말해요, 천현(天玄). 하늘은 붉다, 끝이 없다 그거죠. 지황(地黃), 땅은 누르다. 이거 전부 빛깔을 말하는데, 하늘색은 붉고 땅색은 누르다. 이 말은 천지는 광대해서, 넓고 커서 끝이 없다 이 소리예요. 우주도 마찬가지인데, 우주도 천지인데, 우주를 어떻게 설명했나 하면, 자전에 보면 사방상하왈(四方上下曰) (), 사방상하가 우요, 고왕금래왈(古往今來曰) (), 옛것은 가고 지금 것은 오는 것을 주라고 한다. 이렇게 해석을 해요. 그래서 우주도 역시 천지인데, 천지도 천지고 우주도 천지인데, 이 전부 자연이잖아요. 그런데 우주엔 뭐가 보이냐 하면 홍황이라(宇宙洪黃), 홍은 물이에요. 많고 많은 물이 보인다. 황은 풀 초가 위에 들어갔는데, 풀과 나무가 끝이 없이 우거져있다 이렇게 돼요. 그러니까 풀과 나무를 거스르면 안 되고, 물을 거스르면 안 되고, 하늘과 땅의 음양기운을 거스르면 안 된다 이걸 가르치는 거예요. 이게 동아시아의 우주관이에요.

      그런데 불교는 아니에요. 왜 아니냐. 일체가 유심(一切唯心)이에요. 천지현황 우주홍황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일체가 유심이다. 일체가 마음이다. 그래서 하늘도 유심하늘이에요. 마음의 하늘이에요. 땅도 마음의 땅이고, 물도 마음의 물이에요. 풀과 나무도 마음의 풀과 나무거든요. 전혀 틀린 거예요. 유심소현(唯心所現)하고 천지현황하고는 전혀 틀린 거예요. 이게 불교예요. 그래서 마음으로 떡 돌아가서 천지 우주를 보면 어느 날이나 다 좋은 날이고, 어느 날이나 다 극락일이고, 어느 날이나 다 길경(吉慶), 복되고 복된 날이에요. 입춘날만 봄이고 가을은 가을이고 그게 아니에요.

 

春有百花秋有月 夏有凉風冬有雪

춘유백화추유월이요 하유양풍동유설

若無閑事掛心頭 便是人間好時節 (寒山詩)

약무한사가 괘심두하면 변시인간호시절이라 (한산시)

 

그래서 한산시가 있는데, 한산시에 보면, 춘유백화추유월이요(春有百花秋有月), 봄에는 백화가 있고, 백 가지 꽃, 온갖 꽃이 있고, 가을에는 시원한 가을 달빛이 있고, 하유양풍동유설(夏有凉風冬有雪)이라, 여름에는 가끔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있는데, 그 여름에 맞보는 선들바람 참 기가 막혀요. 여름에 더운 것만 있는 거 같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가 있어요. 또 겨울에는 눈이 있다. 약무한사가 괘심두하면(若無閑事掛心頭), 한사라면 한가할 한자, 일 사자인데, 쓸데없는 일이에요. 쓸데없는 일이 마음속에 걸려있지 않으면 그냥 사시사철 꽃도 있고, 바람도 있고, 달빛도 있고 눈도 있고 다 좋은데, 쓸데없는 망상 집착이 떡 걸려 가지고, 마음속에 걸려있어서 그 망상 집착 때문에 괴로움이 있는 거지, 천지우주에는 괴로움이 하나도 없다. 다 유심소현이다 이거죠. 다 마음에 나타난 바다. 이게 불교에요. 천지홍황을 말하는 게 아니라 유심소현, 유심천지를 말하는 게 불교다. 마음이 하늘 땅이다. 변시인간호시절(便是人間好時節)이라, 호시절 아닌 때가 없는 게 불교에요. 여름도 좋은 시절이고, 겨울도 좋은 시절이고.

 

雲門垂語云 十五日已前 不問汝 十五日已後

운문수어운 십오일이전 불문녀 십오일이후

道將一句來 自代云 日日是好日 (碧巖錄 第六)

도장일구래 자대운 일일시호일(벽암록 제6)

 

      그래서 벽암록 100칙이 있는데, 벽암록 제6칙에는 일일이 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 나날이 좋은 날이다. 이런 법문이 있어요. 운문선사가 법문을 할 때, “15일 이전에는 묻지 않겠다, 15일 이후에 대해서 한마디 해라.”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말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스스로 말하기를 일일시호일이라”, 나날이 좋은 날이라. 15일 이전이나 15일 이후나 맨날 좋은 날이란 거예요. 세월에 따라서 오고 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세월에 자재를 해요. 그래서 선사들한테 시간이 뭡니까?” “내가 깨닫기 전에는 내가 시간을 따라갔는데, 내가 깨달은 후에는 시간을 끌고 간다.” 그래요. 내가 시간을 끌고 가. 시간에 자재하는 거예요. 시간에 얽매이면 내가 시간을 쫓아가는 거예요. 이게 불교에요. 그래서 내가 입춘을 끌고 가지 내가 입춘에 따라가는 게 아니에요, 불교는. 이런 차이가 있어요. 불교의 우주관하고 불교가 들어오기 전에 동아시아 우주관하고는 틀린 거예요.

 

聞風吹殿鈴聲 尊者問師曰 鈴鳴耶風鳴耶 師曰

문풍취전령성이라 존자문사왈 영명야풍명야 사왈

非風非鈴 我心鳴耳 心復誰乎 師曰 俱寂靜故

비풍비령 아심명이 심부수호 사왈 구적정고

(傳燈錄 第17祖僧伽難提 第18租伽耶舍多 問答)

(전등록 제17조승가난제 제18조가야사다 문답)

 

      그리고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이란 책이 있는데, 거기 33조 조사에 대해서 말씀이 있거든요. 거기에 보면 33조 중에 제 17조 승가난제 조사와 제18조 가야사다 존자, 스승과 제자가 문답을 하는데, 문풍취전령성(聞風吹殿鈴聲)이라람이 법당에 매달려 있는 풍경에 불어서, 풍경을 뒤흔들어서 풍경소리가 쩌렁쩌렁 난 거예요. 풍취전령이라, 바람이 불어서 소리가 났어. 풍경소리가 쩌렁쩌렁 나니까 17조 승가난제 존자가 제18조 가야사다 존자에게 물었어요. 뭐라고 물었느냐.영명야풍명야(鈴鳴耶風鳴耶), 지금 풍경에 소리가 났는데 풍경에서 나는 소리냐 바람에서 나는 소리냐.” 울릴 명자인데, 풍경이 울리는 것이냐 바람이 울리는 것이냐, 이렇게 물었거든. 이 말이 육조단경에도 그대로 있어요. 바람에 깃발이 날리니까 그게 번동(幡動)이냐 풍동(風動)이냐, 깃발이 움직이는거냐 바람이 움직이는 거냐 이렇게 물었거든요. 그 다음 얘긴 다 알 거 아니에요. 육조단경에서 뭐라고 그래요? (대중스님 : 마음이 움직인다) 맞아요, 그거에요. 비풍비번(非風非幡)이요,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인자심동(仁者心動)이라, 인자는 그대라는 말인데, 어질 인자, 그대의 마음이 움직이는 거다. 이게 불교에요. 마음이 없이 바람이 없어요. 바람이 있기 전에 먼저 마음이 있는 거예요. 또 바람이 사라진 뒤에도 끝까지 제일 뒤에까지 있는 게 마음이에요. 그 말이 제17, 18조 문답에 그대로 있는 거예요. 풍경이 움직이는 거냐, 바람이 움직이는 거냐. 그러니까 가야사다 제18조 존자가 대답을 하기를 비풍비령(非風非鈴)이다, 바람이 울리는 것도 아니고, 풍경이 울리는 것도 아니고 아심명이(我心鳴耳), 나의 마음이 울리는 것이다. 아심명이라.” 그러니까 또 물었어요.심부수호(心復誰乎), 그럼 마음은 또 뭐냐.” 마음은 누구냐 하는데 무엇이냐고 했어요. 그러니까 대답을 하는데, 세 마디로 대답을 하는데, 함께 구, 고요 적, 고요 정, 구적정(俱寂靜), 마음은 구적정이라.” 마음에는 바람도 없고 풍경도 없고 나도 없고 당신도 없고. 스승도 없고 제자도 없고. 다 고요해요. 그런데 인연 따라서 풍경소리도 나고 바람소리도 나고, 스승도 있고 제자도 있고, 이게 마음이에요. 무명무상(無名無相)인데 수연성취(隨緣成就)한 거예요. 인연 따라서 성취하는. 이걸 깨닫기 전에는 몰라요.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는데 수연 성취, 인연따라 성취를 해요. 그래서 이 마음은 직접 봐야되는 거예요. 그래서 견성(見性)이라고 해요. 구적정이라, 구적정인데, 모두가 고요하고 고요한데, 그럼 지금 풍경소리도 듣고 바람소리도 듣고 묻기도 하고 대답하기도 했는데 이건 뭐냐 이거요. 이게 수연성취거든요. 인연따라서 이루어지는 것들. 근데 그 근본은 없어, 고요해, 무일물(無一物)이야.

      그래서 이걸 스승이 아무리 설명을 해도 자기가 눈을 뜨기 전에는 안 되는 거예요, 이게. 그래서 깨달으라는 거예요. 그런데 이걸 신회, 육조스님 제자 신회선사는 뭐라고 설명했냐. 허공에다 비유를 했는데, 허공이라는 게 참 재미있는 게 햇빛이 올 때는 전체가 밝은 것뿐이에요. 또 해가 사라지면 전부가 어두운 것뿐이에요. 사람이 나타날 때는 그대로 사람이요, 동물이 나타날 때는 그대로 동물이고, 산이 있을 때는 그대로 산뿐이고, 바다가 있을 때는 그대로 바다일 뿐이지. 근데 허공은 또 항상 허공일 뿐이에요. 기가 막힌 거예요. 그래서 이 마음이라는 게 선악은 별배지(善惡 別配之), 선과 악은 따로따로 배정이 돼서, 선할 때는 그렇게 선할 수가 없고 악할 때는 그렇게 악할 수가 없어요. 이게 수연성취에요. 그런데 이 마음은 선도 적정하고 악도 적정해. 구적정이에요. 모두가 고요하고 고요합니다. 이걸 깨닫기 전에는 말할 수 없는 내용이에요, 이 내용이. 그러니까 내가 법을 전할 때 네가 아니고 누구에게 전하리요”, 그래서 전법계가 이루어지는 게 전등록에 나오거든요. 이게 마음이에요. 생멸이 적멸이라고 아무리 죽고 살고 해도 그건 수연성취고, 적멸은 구정적인 거에요, 함께 고요한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깨달음을 떡 얻고 나면 다 호시절이에요. 좋은 시절. 태어날 때도 좋은 시절이요, 이 몸이 죽을 때도 좋은 시절. 사는 걸 좋아하고 죽는 걸 싫어하는 것은 망상 집착이에요. 이게 불교에요. 말만 들어도 좋긴 하다.(웃음)

       천지는 현황하고 우주는 홍황하니, 한래서왕하니 추수동장, 이런 거와는 차원이 틀린 거예요. 거기는 순응하라는 걸 가르치지만, 여기는 자재하라는 걸 가르쳐요, 해탈이거든. 천지에 해탈자재를 가르치는 게 불교고 저쪽에서는 천지만물에 순응생존하는 걸 가르쳐요. 순응해서 살아남아라. 불교가 동아시아에 있으니 동아시아 문화를 거역할 수가 없잖아요. 수연성취니까. 그래서 세속적인 입춘이다.

 

不能了自心 云何知正道

불능요자심하면 운하지정도요

彼由顚倒慧 增長一切惡 (華嚴經 須彌偈品)

피유전도혜하야 증장일체악이라 (화엄경 수미게품)

 

      그러니까 불교의 진정한 입춘은 뭐냐. 마음을 알아서 마음을 이루는 게 입춘인데, 화엄경 수미정상게찬품에 보면, 불교에서 가르치는 정도(正道), 바를 정, 길 도, 바른길이란 것은 그 구적정 수연성(隨緣成)하는 마음 도리가 정도다. 모두가 고요하지만 수연성한다. 이게 마음인데, 구적정, 수연성, 인연 따라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이런 마음을 알지 못하면, 불능요자심하면(不能了自心), 자심을 알지 못하면, 운하지정도(云何知正道)리요, 어떻게 정도를 알리요. 마음이 정도다. 천지음양 입춘을 가르치는 데 아니에요. 동아시아인들은 천지음양을 굉장히 중시했어요. 그걸 계절만 봐도 알 수가 있어요. 사입(四入) 이분이지(二分二至)인데, 입이 네 가지에요. 입춘, 입하, 입추, 입동. 다가온다는 얘기에요. 다가올 때 조심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분이 두 가지에요. 그건 한복판에 왔다는 이야기거든요, 분은. 춘분, 추분. 이제 정점에 이르렀다, 지가 두가지에요, 하지, 동지. 이걸 다 가르치는 거예요. 이걸 굉장히 중시하는 거예요. 그런데 순응생존을 가르치는 게 아니고 해탈자재, 마음으로 돌아가서 계절과 천지만물에 자재하는 것이 불교다. 이거거든요. 정도라는 게 다른 게 아니고 불능요자심하면 운하지정도요(不能了自心 云何知正道), 자심 , 자기마음을 알지 못하면 어떻게 정도를 알리요, 그래서 피유전도혜(彼由顚倒慧)하야. 저들이, 중생들이 전도된 지혜로 말미암아서, 전도된 지혜라는 게 뭔가. 일체 사물이 자기마음의 소현인데, 일체가 유심조, 자심소현인데, 자심이 나타난 것인데, 자기 마음 밖에 사물이 있는 줄 알고 쫓아간다 그거죠, 그게 전도에요. 내가 그림을 그렸는데 자기가 그린 그림을 자기가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해서 취사집착을 한다, 취하고 버리고. 좋은 그림도 내가 그린 거고 나쁜 그림도 내가 그린 건데요. 자기 그림에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가 싫어해서 스스로 얽히고 매이고, 그걸 속박이라고 해요. 그래서 자심소현을 스스로 모르고 스스로 속박을 당해서 고통을 겪으니 그걸 전도혜라고 한다, 전도된 지혜라고 한다. 그래서 전도혜가 되면 어떻게 되냐. 증장일체악(增長一切惡)이라. 모든 악이 전도된 지혜에서 나와. 전도몽상에서 일체악이 나온다.

 

日日發心 立春大吉

일일발심이 입춘대길이요

常修福慧 建陽多慶

상수복혜는 건양다경이다

 

      그래서 불교는 입춘대길 건양다경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일일발심(日日發心), 나날이 보리심을 일으켜서, 깨달음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발심은 입춘대길이 되고, 일일발심이 입춘대길이요, 상수복혜(常修福慧), 항상 상, 닦을 수, 복 복, 지혜 혜, 이 복혜를 닦는 건 닦는 날이 따로 있고 그런 게 아니라 상수, 항상 닦는다. 복과 지혜를 항상 닦는 것, 상수복혜는 건양다경이다.

      오늘 법문 마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