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법문

[2020 국행수륙재]9월 6일 수륙재 2재 법문(유튜브라이브) 2020-09-06

      수륙재란 시방법계 일체의 불보살성중들과 외로운 영혼들과 생명 있는 존재들과 생명 없는 존재들까지 이들을 도량  에 모셔서 환희롭고 정중하게 법의 의식을 행하는 불교 최대의 의식입니다.

 

     오전에 어산스님들께서 관욕소에서 관욕을 마쳤습니다. 남자 영가들은 상뇌라는 거울을 보고서 용맹스런 마음을 내었고, 여자 영가들은 서월이라는 거울을 보고서 무소의 뿔처럼 고요하게 정진하는 마음을 내었습니다. 그동안 더러워진 낡은 옷을 벗고 새로운 법식의 해탈의 옷을 입었습니다. 수륙재를 지내는 동안, 7.7재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영가들은 법에 의지하게 됩니다.

 

      오늘은 2재인데 수륙재의 연원과 왜 수륙재를 지내게 되었는가에 대해 간단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수륙연기'는 <출구면연아귀경(出救面然餓鬼經)> 등과 같은 여러 경전을 비롯해 조선전기에 왕실 주도로 간행한 <천지명양수륙잡문(天地冥陽水陸雜文)>의 '수륙연기'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어느 날, 아난이 홀로 맑은 처소에 고요히 머물고 있었을 때의 일입니다. 한밤중이 되자 어디선가 불길처럼 타오르는 얼굴을 한 면연(面燃)’이라는 대아귀가 나타나 다음과 같이 겁박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너는 삼일 후에 나의 아귀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백천 나유타 겁의 항하사만큼 많은 아귀들과 백억 바라문 선인들에게 음식을 베풀고 나를 위해 삼보께 공양하면 너는 수명이 늘어나고 나는 하늘에 태어나리라.” 아난은 너무나 놀랍고 두려워 석가모니부처님께 나아가 이 고난에서 벗어 날 길을 여쭙게 되어 비로소 수륙재의 개건(開建)이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수륙연기'에 대해 "이것이 수륙(재)의  인연으로  최초의 근본이며 수륙(재)의 명칭은 일찍이 없었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수륙연기의 이 짧은 이야기에는 다음과 같은 깊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첫째,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부처님 방편(方便)의 이야기 구성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은 중생들이 일승(一乘)의 큰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수승한 방편으로 널리 교화하셨습니다. 경전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이야기 구성들이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수륙연기의 고난에 빠진 아난도, 겁박하는 면연귀왕도, 모두,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시는 부처님 방편의 위신력에 의해 펼쳐진 이야기입니다. 가장 맑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총명제일의 아난존자가 화염으로 이글거리는 추한 외모의 아귀왕 면연귀왕과 극적으로 대면하는 장면은 아난존자의 또 다른 이름인 경희(慶喜), 환희(歡喜)라는 이름에 의해 이미 환희로운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륙연기 이후로 옛 조사스님들이 쓰신 수륙재 관련 의식집들에서, 고난에 빠진 아난은, 석가모니부처님께 나아가 해결 방법을 여쭙고 보살의 방편[權乘諸位菩薩]으로 큰 가르침을 일으켰다고 하여 승권기교(乘權起敎)기교대사(起敎大士)’의 존명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무시무시한 면연귀왕이 바로, 보살의 존명을 부여받았다는 점입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면연귀왕은 목이 바늘과 같이 가늘어 물 한 모금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36부의 저 셀 수 없는 항하사 아귀들의 대왕으로서 어느 날 문득 이들을 불쌍히 여겨서 제도하고자 하는 자비의 큰 마음을 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지혜를 내어 석가모니부처님의 시봉 제자인 아난을 찾아가 겁박하며 아난에게는 수명연장을, 자신은 하늘에 태어나는 서로에게 좋은 이익을 제시하게 된 것입니다. 수륙재의 장면을 표현한 그림인 조선시대 감로탱(甘露幀)에는 면연귀왕이 특이하게도 두 명의 거대한 쌍 아귀로 묘사됩니다. 이것은 바로 면연귀왕의 두 가지 모습인 자비와 지혜의 비증보살(悲增菩薩)과 지증보살(智增菩薩)을 나타낸 것입니다. 비증보살은 자비를 더욱 증장한 보살이고, 지증보살은 지혜를 더욱 증장한 보살을 이르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면연귀왕은 자비의 측면이 강조되고 대성(大聖)이라는 존호도 붙습니다. 자비는 따뜻함이라고 하고, 지혜는 밝음입니다. 따뜻함과 밝음이 있어서 모든 사람을 섭수할 수 있는 부처님의 방편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륙연기석가모니부처님, 그리고 아난과 면연귀왕을 통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방편(方便)의 큰 인연설화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륙연기를 시작으로 해서 밤재가 시작되는데요. 면연귀왕의 수륙연기는 하나의 방편설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두 번째는 큰 베품인 수륙재 법식(法食)의 등장입니다.

 

     누구나 다 함께 이 문에 들어서면은 다 베풀수 있는, 제도 받을 수 있는, 아귀뿐만 아니라 모든 외로운 영가, 유주무주 영가들이 다, 산 사람은 행복과 돌아가신 분은 왕생극락할 수 있는 이것이 바로 수륙재의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수륙재를 지내는 의미는 초재 때 말씀드렸듯이 구휼과 위무에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해서 모든 사람이 불편해 하고 있는데 위무의 마음을 낼 수 있는 것이 수륙재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돌아가신 분들의 왕생극락을 발원할 수도 있고, 산 사람들은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는 수륙재를 통해서 여러분들과 함께 한다면 생전안락 사후왕생을 할 수 있는 큰 의식이기도 합니다.

 

     오늘 신도님들께서 유튜브를 통해서 보시는 바와 같이 수륙재는 종합예술입니다. 범패뿐만이 아니라, 작법무, 법고무, 바라무 등등해서 모든 것을 연출하는 것이 한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시면서 함께 동참하실 수 있는 마음을 가지시면 모든 사람들이 함께 자비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질 겁니다.

 

     오늘 수륙연기는 모든 아귀들을 위해서 부처님께서 자비로운 방편을 베풀어서 하는 의식이기도 하기 때문에, 함께 다같이 동참하셔서 정말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모든 괴로운 마음을 위무할 수 있는 것이 수륙재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꼭 이승과 저승의 모든 영가들 뿐만 아니라 산 사람까지 편안할 수 있는 것이 수륙재의 의미입니다.

  

     영가들의 마음, 남자 영가, 여자 영가들이 정말 좋은 마음을 내서 다시 새 옷을 갈아입듯이 편안하게 법식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수륙연기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렸습니다.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