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법문

[신중기도] 12월 26일 신중기도 법문 2019-12-26

 

 

  

부처님 되신 날(성도재일成道齋日) 게으름 없이 부지런히 정진하자

 

    안녕하세요. 오늘이 무슨 날이죠? 섣달 초하루입니다. 섣달은 납월(臘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선방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납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1, 2년 햇수가 지나는 걸 법랍이라고 해요.

 

     우리는 보통 나이가 몇이냐, 어른께는 연세가 몇이십니까.’ 그러죠. 하지만, 저희들은 출가해서 법랍이 30년 되었다고 하면 절에 들어온 지 30년 되었다는 겁니다. 나이가 50이어도 법랍이 30이라면 법랍을 따져 30년이라고 해요. 절에는 법랍 순서대로 앉아요. 군에서는 밥그릇 숫자대로 들어간다고 하죠. 지금도 위계질서가 남아있는 곳은 승법, 군법, 벌법이라고 합니다. 벌은 위계질서가 확실해서 여왕벌이 최고예요.

 

    납월은 정진하는 기간이에요. 선방에서는 가행정진(加行精進)이라는 게 있고, 용맹정진(勇猛精進)이라는 게 있어요. 가행정진은 10시에 방선(放禪)하는데 조금 더 보태 12시에 하는 거예요. 용맹정진은 장좌불와(長坐不臥)처럼 밤을 새워 정진하는 거예요. 해인사에서는 1주일간 장좌불와를 합니다. 자지도 앉고, 밥 먹을 때만 빼고, 철야정진합니다. 오늘 납월 초하루고, 부처님께서 새벽별을 보시고 깨달음을 이루신 성도재일이 납월 팔()일입니다.

 

    오늘 법문은 부처님 되신 날(성도재일) 게으름 없이 부지런히 정진하자는 내용입니다. 이것은 성도재일에 하는 게송입니다.

 

世尊當入雪山中(세존당입설산중)   세존께서 설산에 들어가셔서

一坐不知經六年(일좌부지경육년)   한번 앉아 여섯 해를 지남을 알지 못했네

因見明星云悟道(인견명성운오도)   샛별 보고 도를 깨치셨으니

言詮消息遍三千(언전소식변삼천)   말씀하신 소식 삼천 대천 세계에 두루하도다

 

    부처님은 샛별을 보고 깨달음을 깨치셨는데, 우리는 아무리 봐도 깨달을 기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예전에 어떤 큰스님은 복숭아꽃이 피는 것을 보고 깨닫기도 하시고, 어떤 분은 기왓장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깨친 분들도 계셨어요. 그 깨치는 기연(機緣)이 있는데, 부처님은 샛별을 보시고 깨달음을 얻으셨어요. 밝은 별이 깨달음의 도구는 아니지만, 우리도 열심히 정진하여 부처님처럼 되어야겠습니다.

 

    그래서 정진하는 달, 음력 섣달 초하루입니다. 또한 회향의 달이라고 합니다. 회향할 때는 공부가 어느 정도 되었나.’ 점검하게 됩니다. 보살님들은 점검하실 때, ‘1년 동안 기도하면서 망상을 많이 했나.’로 측정하는 겁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아무 장애가 없다든지, 열심히 기도하니 우리 가정이 편안하다, 안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도를 열심히 안하고 딴 짓만 하고, 남과 시시비비만 하면 기도에 도움이 안 돼요. 살아가면서 내 마음이 편안한 것만으로도 기도가 성취된 거예요. 그런데 좌불안석이라, 한군데 앉아있지 못하고 자꾸 움직여요.

 

    계속 정진하면 내가 편안하고, 가족이 편안하고, 두루 장애가 없이 기도 성취하듯이, 도를 깨치진 못하지만, 앉아서 나는 누구인가를 계속 생각해 보세요. ‘기도하는 나는 누구인가, 기도하는 우리 가족은 누구인가.’를 계속 생각해봐야 합니다. ‘나도 부처님처럼 돼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도하면 다 편안해지는 거예요.

 

    납월8 부처님 깨달으신 걸 기념하면서 내 자신도 공부합시다. 불교의 4대 명절에 성도재일도 들어갑니다. 동지는 4대 명절이 아닙니다. 세시풍속이에요. 동지 때 팥죽 드셨으니 나이 한 살 더 드신 거예요. 우리가 전통을 잘 지키는 것도 미래의 스승이 되는 거예요.

 

    네 번 설날 가운데 1번 지나갔지요. 3번 남았습니다. 신정, 입춘, 구정. 구정 전에 입춘이 올 수도 있고, 구정 후에 입춘이 올 수도 있어요. 이번에는 입춘이 구정 후에 옵니다. 그래서 입춘이 지나야 네 번 설을 다 지나게 됩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공부합시다.

 

잡보장경(雜寶藏經)에 보면

()를 구하고자 하면 모름지기 정성을 다하라.

정성이 서로 감응하면 능히 도과(道果)를 얻는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지극한 마음(지성이면 감천)으로 정진하라.

만일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스레 구하면 반드시 그것을(깨달음) 얻는다.”

 

    벌써 세월이 지나 12월 회향의 달이지만, 무시무종(無始無終), 시작도 끝도 없지만, 우리들의 세상은 시작이다, 끝이다를 계속 반복해요. 시간은 어떤 모양이나 실체가 없지만, 자연에 의지해서 세워지는 거예요.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 여름, 가을이 계속 순환되는 거예요. 우리도 실상은 없이 허둥대며 여기까지 왔어요.

 

    그래도 자신은 누구인가.’는 생각해 보셔야 해요. 기도하시면서 자신은 누구인가.’를 생각하시면, 그 기도가 헛되지 않을 거예요. 기도하면서 망상을 하면 안 하니만 못해요.

 

    잡생각이 없어야 되요. 잡생각이 나다가도 . 내가 망상을 했구나.’하고 계속 그걸 고쳐서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오셔야 해요. 다시 시작해서 염불한다든지, 주력한다든지, 다시 경을 독송한다든지 하셔야 합니다.

 

    금강경 독송, 지장경 독송, 원각경 독송, 자기가 하고 싶은 경을 독송해요. 참선자(參禪者) 의단독로(疑團獨露), 염불자(念佛者) 삼매현전(三昧現前), 간경자(看經者) 혜안통투(慧眼通透), 자기 화두를 가지고 깨달음도 하나의 방편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경전 봐가지고 안 된다 생각마시고, 금강경 가지고 깨친 사람도 많아요, 안 해서 그렇지, 몰라서 그렇지. 계속하면 깨칠 수 있어요. 납월초하루를 맞이하여 나도 부처님처럼 되어야겠다.’ 생각하셔야겠지요. 부지런히 정진하는 것이 우리들 불자들이 해야 할 일이에요.

 

    상월선원에 가보셨죠? 스님들은 1식하면서, 얼굴도 안 씻고, 양치만 하고 계속 정진하니까, 그런 스님들도 그렇게 하시는데 우리는 따뜻한 방에서, 삼시세끼 다 먹으면서 있는 게 좀 그렇죠. ‘부처님도 설산에서 고행하셨는데.’라는 생각을 하시면서 다른 생각하지 마시고 일념으로 정진하시면 언젠가 깨달을 날이 있을 거예요.

 

終日忙忙那事無妨(종일망망나사무방)     종일토록 바쁘고 바쁘다. 그 어느 일도 방해되지 않는다.

      (동정(動靜)에 관계치 않는 거예요.)

不求解脫不樂天堂(불구해탈불악천당)     해탈도 구하지 않고 천당도 즐거워하지 않도다.

      (해탈을 구하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건 아니에요.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但能一念歸無念(단능일념귀무념)          다만 능히 한 생각 무념으로 돌아가면

      (공부한다는 생각 없이 무심하게. 임제록에 무사시귀인 (無事是貴人)이란 말이 있어요

       일 없는 사람이 귀한 사람'이란 뜻인데, 일 없는 사람이란 깨달음을 이룬 사람이에요.)

高步毘盧頂上行(고보비로정상행)          높이 비로자나불의 정상을 걸어가리라.

   

    우리가 생각 하나 바꾸면,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고 했듯이, 그 자리가 바로 깨침의 자리에요. 법성게에 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 한 생각 있으면 바로 무량겁이에요. 천당해탈 구하지 않아도 그 자리가, 일념의 자리가 깨달음의 자리에요. 그러니까 깨친 사람은 할 일이 없는 거예요. 그런 사람이 귀한 사람이에요.

 

    마음의 지극함에 이른 사람은 자기를 잊어요. 큰 사람이 자기를 지킬 필요가 없듯이 진리의 사람은 흐름에 맡겨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아갈 뿐 억지로 하는 일이란 게 없다는 얘기에요.

 

    보살님들이 그래요. 절에 오면 부처님께는 열심히 하고 집에 가면 거사님들에게는 함부로 대하죠. 거사님들도 <당신은 부처님이십니다.>하고 부처님으로 모셔야 해요. 아들은 아들 부처님, 남편은 남편 부처님, 다 부처님처럼 대하면 시시비비가 없는 거예요. 부처님처럼 안 대하시니까 앉으면 시시비비하는 거예요.

 

    모든 것이 나의 운명이고 나의 사명임을 알기 때문이에요. 이 사람은 모든 성인과 더불어 함께 공유하고 비로자나 부처님의 머리 위를 걷는 초유의(깨달음의) 사람이란 거예요.

 

다음은 장아함경(長阿含經)에 나오는 게을리 하지 말라.’는 말씀이에요.

 

無爲放逸 我以不放逸(무위방일 아이불방일)   게을리 지내지 말라

故自致正覺 無量衆善(고자치정각 무량중선(부처님)도 게을리 지내지 않았기 때문에 해탈(깨달음)을 이루었다  

亦由不放逸得(역유불방일)    한없는 좋은 일은 게으르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진다

一切萬物 無常存者(일체만물 무상존자)          일체만물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 없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유훈으로 열반에 드실 때,(<유교경(遺敎經)>) “게으름 없이 정진하여라

       모든 현상(만물)은 변한다(무상).”라고 하였어요. 무상하다, 그러므로 부지런히 정진하라

       오늘은 어제가 아니고, 과거는 지나갔고, 오늘은 오늘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얘기에요

       세상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거예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무상해서 내가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됐구나.’를 생각하셔야 해요. 마냥 청춘은 아니에요. 우리가 봄을 청춘이라고 하죠

       푸릇푸릇하니까 젊은 사람들은 청춘이고, 노인들은 현동(玄冬)이라고 해요. )

此是如來末後所說(차시여래 말후소설)         이것은 여래(부처님)의 최후의 말씀이다.

      (유교경에 나오는 얘기이기도 하고, 아함경에 나오는 얘기이기도 해요.)

 

    성도일, 부처님 되신 날, <게으름 없이 정진하여 부처님 되시자.>는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부처님의 사상을 본받아서 열심히 정진하고, 세상은 무상하니까 젊음은 끝까지 가지 않아요, 젊을 때 부지런히 공부하셔야 해요. 노인이 되면 파거불행(破車不行),노인불수(老人不修)라고 했어요. 수레바퀴가 반듯한 게 아니고 낡은 수레가 되었다는 거예요. 그걸 보면 젊었을 때 정진해야 된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젊은 줄만 알고, 나이 든 걸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있어요.

 

    석가모니 부처님 최후의 말씀에 게으름 없이 정진하여라, 모든 현상(만불)은 변한다.”고 하셨어요. 일체만물은 무상하고 변하므로 평상심(平常心)으로 앉으나 누우나 서나(,,,(行住坐臥)) 계속 끊임없이 정진하자는 얘기에요.

 

    오늘은 부처님 되신 날, 부처님같이 부지런히 정진하면서 하루하루 살면 깨달음에 이르게 됩니다. 한 시간 공부하면 한 시간 부처님이에요. 한 시간 드러누우면 그대로 중생이에요. 아는 것과 행동이 같이 일치가 돼야 합니다.

 

    문수보살의 지혜와 보현보살의 행동이 갖추어져야 하듯이, 새의 두 날개와 같고,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거예요. 수레의 한 바퀴가 탈선이 되면 안 되죠. 같이 계속 갈 수 있도록 지혜와 실천과 행동이 어우러져서 열심히 정진하여 부처님 되도록 합시다.

 

    24절기 중 22번째가 동지이고, 첫 절기가 입춘입니다. 한 달에 두 번 절기가 들어서 24절기이고, 소한이 지나면 대한이 오고, 대한이 가고나면 입춘이 옵니다. 계속 순환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열심히 부지런히 정진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