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법문

[일요법회] 12월 8일 법문 2019-12-08

 

       오늘 여러분들과 나눌 주제는 호흡명상입니다. 지난 11월에는 자애명상, 자비명상을 했지요. ‘가성비좋은 명상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우리가 조금만 노력해도 명상 효과가 잘 나타나서 가성비라는 말을 써 보았습니다. 자애명상은 내 가슴과 내 마음을 따뜻한 온기로 부드럽게 해놓고 외부의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는 명상입니다. 그러니까 호흡명상과는 방법이 다르지요.

 

      호흡명상은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고 마음 챙기며 알아차리고, 또 마음을 집중해가는 방법이에요. 제가 초기불교와 남방불교를 공부하다 보니까, ‘가장 완전한 수행체계를 갖춘 가장 중요한 수행법이 바로 호흡명상이다.’ 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여러 가지 기능과 역할, 효과면에서 뛰어난 거예요. 호흡명상은 중국 도교에서도 중시했고, 우리나라 전통 수련에서도 호흡을 강조했죠. 그리고 인도의 요가전통에서도 호흡수련, 쁘라마야마라는 굉장히 중요해요.

      남방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는 이런 말이 전해진대요. “열반이 코끝에 달려있다.”고요. 이게 무슨 의미인가요? 다시 말하면, “열반을 얻고자하는가? 그러면 호흡명상을 하세요.”라는 거죠. 호흡명상을 할 때, 호흡을 어디에서 볼 것인가? 코끝이나 윗입술, 인중 부분에서 들숨 날숨에 집중하고, 온전하게 알아차리고, 온전하게 자각하며 관찰을 할 때, 마음이 점점 고요해지고 안정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마음이 점점 더 편안해지고 행복해지고 그러면서 삼매, 선정에 들어가요. 그 선정과 삼매는 다음단계의 통찰과 지혜가 일어날 수 있는 좋은 바탕이 되어주고, 그래서 수행자는 열반을 체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열반이 코 끝에 달려있다.’라는 말이 있어요.

 

      명상은 사마타명상과 위빠사나 명상 두 가지 범주가 있어요. 많은 종류의 명상이 있고 많은 대상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야되는 명상의 길에서 거쳐야 되는 정거장은 선정과 삼매라는 정거장, 지혜와 통찰이라는 정거장이 있어요. 모든 수행법은 다 그 길을 통해서 나아가요. 그런데, 어떤 명상은 삼매(선정)를 얻는 역할만 하고, 어떤 명상은 통찰지혜를 얻는 역할만 합니다. 그런데 호흡명상은 삼매와 지혜 모드 가능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수행의 출발점부터 시작해서 수행의 최종 목적지까지 데려갈 수 있어요.

 

      더 중요한 것은, 부처님이 어떤 수행법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으셨을까요? 하는 문제예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셨다. 깨달음을 얻으셔서 정등각자가 되었다고 얘기를 해요. 부처님은 분명 어떤 수행법을 하셨을 거예요. 그럼 어떤 수행법을 하셨을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6년 고행을 하셨다는 거죠. 6년 동안 다양한 고행법도 하셨고, 삼매 선정를 얻기 위한 사마타수행을 완벽하게 마스터하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달음이 얻어지질 않았어요. 어떻게 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어떤 길이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길일까?를 많이 고민하고 고뇌했어요.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어린 시절 호흡수행을 통해서 초선정에 도달했던 기억을 떠올리죠. 바로 그 길이, ‘호흡수행을 통한 초선정을 기반으로 계속 수행해 나아간다면 깨달음에 이를 것이다.’ 라고 확신을 가지고 호흡수행을 하셨어요.

 

      그러니까 보리수나무 아래서 부처님이 하신 수행법이 바로 호흡수행이라는 것이죠. ‘내 두 다리가 부러져도 괜찮다. 나는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이 두 다리를 풀지 않겠다.’라고 생각하고 하셨던 수행이 바로 호흡수행이에요. 그래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도록 했었던 수행법이 무엇입니까? 라고 물으면 그게 바로 호흡수행인거예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수행을 해야 할까요? 우리도 호흡수행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2,600년이라는 긴 불교역사에서 다양한 수행법들이,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흡수행은 여전히 유용하다, 중요하다.’ 라고 할 수 있어요. 남방불교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불교에서도 마찬가지이죠. 우리 불교는 다른 수행법 때문에 호흡수행이 기초수행, 기본수행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서양에서도 지금 이 순간 가장 많이 인기 있고 사랑받는 수행법이 바로 호흡수행입니다. 사실 우리 종단에서도 수행법을 한번 조사한 적이 있어요. 3,4 년 전에. 한국불교의 불자들이 어떤 수행법을 가장 많이 하는가를 조사해보니까 간화선도 아니고 염불도 아니고 호흡수행을 가장 많이 한다고 조사데이터가 나온 것을 불교신문을 통해서 본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호흡수행을 어떻게 할까요? 석가모니 부처님이 호흡수행을 어떻게 가르쳤을까요? 부처님이 가르치신 수행법은 편안한 자세를 하고, 마음집중, 마음챙김을 코끝이나 윗입술에 확립하고, 들어가는 공기와 나오는 공기, 들숨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리고 마음 챙기는 방법이에요. 그래서 내 숨이 길면 길다고 알고, 짧으면 짧다고 알고, 빠르면 빠르다고, 옅으면 옅다고, 거칠면 거칠다고 아는 거예요. 현재 이 순간 나의 몸은 내 마음상태에 따라, 주변 상태에 따라 늘 변화가 있어요. 늘 똑같은 형태가 아니에요. 그래서 그 호흡이 어떤지에 상관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그렇다고 알아차릴 것. 길면 길구나. 짧으면 짧구나. 그렇게 알아차리는 겁니다. 또한 호흡이 시작하는 출발점에서 호흡이 끝나는 지점까지 놓치지 않고 온전하게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호흡을 점차 고요하게 할 것. 이게 호흡수행 4단계입니다. 일부러 호흡을 고요하게 하는 건 아니고, 호흡에 집중하고 호흡의 전 과정, 호흡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알아차리면 마음이 고요해져요. 이렇게 고요해진 호흡이 중요합니다. 호흡이 고요해진다는 것은 마음이 집중된다는 의미이고, 내 마음이 호흡과 하나가 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점차 삼매나 선정에 나아갈 수 있는 거지요. 현재 남방불교의 모든 수행전통 속에서도 호흡수행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모든 위빠사나 수행이 호흡수행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우리 잠시 동안 호흡수행을 한 번 해 볼까요?

 

먼저 허리 척추 뼈를 반듯하게 세워보세요. 목과 머리도 반듯하게, 다리와 손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하면서 몸의 바른 자세를 잡아봅니다.

이번에는 여러분의 주의력을 코끝이나 콧구멍 입구, 윗입술 인중부분에 두어 보세요. 그리고 심호흡을 3번 해봅니다. 숨을 깊이 들이 마시고 깊이 내쉬어 보세요. 어디에서 공기가 부딪치나요? 공기의 접촉감각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깊이 내쉬어봅니다. 다시 한 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깊이 내쉬어봅니다. 공기가 부딪치는 지점을 우리는 접촉점이라고 얘기해요. 주의력을 둘 지점이 바로 접촉점이다. 라고 하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들어가는 공기, 나오는 공기를 잘 지켜보는 거예요. 들숨 날숨, 들숨 날숨을 그 지점에서 느끼고 알아차리고 집중하고 자각해 보세요.

지금부터는 그저 단순하게 들숨날숨에만 마음을 모아 봅니다. 호흡은 전적으로 자연스럽게 하시고요. 공기가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나가는지 들숨 날숨에만 마음을 챙기고 알아차려봅니다. 생각이 일어나면 ! 생각하네.’라고 알아차리시고 다시 들숨 날숨, 들숨 날숨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이렇게 5분정도 호흡에 마음챙기기 해보겠습니다. ... ...

(명상종이 울림)

 

그럼 이제 눈을 떠 주세요. 잠시 우리는 호흡보기, 호흡 알아차리기를 해 보았어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방법도 호흡수행이요, 부처님이 직계제자들에게 가장 많이 권유하고 가르쳤던 방법도 호흡수행입니다. 초기경전의 입장에서 보면, 부처님이 가르치신 수행방법이 대략 50여가지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만 몇 가지 추려볼 수 있어요. 부처님이 강조하셨던 중요한 수행법은 무엇일까요?” 라고 했을 때, 제일 먼저 저는 호흡수행이라고 하고 싶어요. 그 다음에는 사무량심 중에서 첫 번째인 자애수행. 그리고 몇 가지가 더 꼽을 수 있어요. 부처님의 공덕을 계속 생각하면서 마음을 집중하는 불수념 수행, 죽음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마음 챙기는 죽음명상, 또 부정관 수행, 그런 것들이 사마타수행 중에 있고, 좀 더 중요한 수행이 있다면 그건 신수심법 사념처수행입니다. 사념처 수행은 위빠사나 수행이에요. 몸을 관찰하고 느낌을 관찰하고, 마음을 관찰하고 법을 관찰하는 수행, 이 네 가지 영역의 위빠사나 수행이 또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좀 더 거친 대상인 몸을 관찰하는 수행을 하고, 그 다음에 느낌과 마음, 법을 관찰해 나갑니다.

 

      사념처 수행은 초기불교, 남방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 대명사격의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호흡수행은 사마타수행이기도 하고 신념처의 첫 번째 위빠사나 수행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호흡수행은 사마타 위빠사나 수행, 즉 선정수행과 통찰수행 두 가지로 다 적용을 할 수 있어요. 그만큼 호흡수행은 여러 면에서 장점을 많이 가졌어요. 부처님 자신도 많이 하셨고 제자들에게도 가장 많이 권유하셨던 수행법도 바로 호흡수행입니다.

호흡수행은 내 마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호흡이란 에너지는 생과 사를 가름하는 에너지기도 해요. 호흡을 하는 자는 산 자이고 호흡을 하지 않는 자는 더 이상 산자가 아니죠. 또 호흡은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도 해요. 내 마음이 어떠냐에 따라서 호흡이 마음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줘요. 내 마음상태가 거칠면 호흡도 거칠어지고, 내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이 되어있으면 호흡도 편안하고 고요합니다.

 

그럼 잠시 또 호흡수행을 해볼까요?

 

다시 한 번 허리 반듯하게, 편안한 자세로 앉아보세요. 눈은 감거나 반개하시면 됩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코끝, 콧구멍 입구, 인중부분 윗입술, 이 부분에 주의를 가만히 두어보세요. 그리고 지금 현재 이 순간, 들어가는 공기, 나오는 공기, 들숨 날숨을 온전하게 마음 챙기고 알아차려 봅니다. 3분정도 호흡보기 호흡 주시하기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는 호흡의 전체 과정을 좀 더 면밀하게 알아차려 볼까요? 들숨의 시작부터 들숨이 끝나는 지점까지, 날숨의 시작부터 날숨이 끝나는 지점까지 온전하게 알아차림 해보세요. 너무 힘주어서 강하게 집중하려 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알아차림 해봅니다. 그렇게 5분정도 해봅니다.

(명상종이 울림)

 

      호흡에 마음챙김이 잘 되시던가요? 생각이 많으신가요? 생각이 많아도 괜찮아요. 다만 생각을 알아차리는 마음만 있으면 돼요. 생각은 일 어나게 되어있어요.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의식의 본성이 찰라생 찰라멸 이니까요. 그러니까 생각이 일어난 건 잘못이 아니다. 내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다만 명상을 할 때는 알아차리려고 주의 집중하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알아차리지 못하고 생각 속에 깊이 빠질 때 그때는 명상주제를 놓친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이 일어난 것을 알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온다면 잘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챙김(사띠)를 확립시켜 나가는 것이 위빠사나 수행이에요. 이 위빠사나 수행은 우리를 최종적으로 해탈과 열반, 깨달음으로 데리고 갑니다.

 

사랑하라,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사랑할 힘이 남아있을 때까지

시간이 오리라. 시간이 오리라.

그대가 무덤 옆에서 슬퍼할 시간이 찾아오리라.

 

수행하라, 수행할 수 있는 한.

수행하라, 수행할 힘이 남아있을 때까지

시간이 오리라. 시간이 오리라.

그대가 무덤 옆에서 슬퍼할 시간이 찾아오리라.

 

명상하라, 명상할 수 있는 한.

명상하라, 명상할 힘이 남아있을 때까지

시간이 오리라. 시간이 오리라.

그대가 무덤 옆에서 슬퍼할 시간이 찾아오리라.

 

명상을 한다는 것, 수행을 한다는 것은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의 힘을 계속 길러가는 거예요. 그 힘만 있으면 우리는 모든 긍정과 선법의 문을 열 수 있는 좋은 키(Key)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명상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