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법문

[일요법회] 11월 17일 법문 2019-11-17

 

     안녕하세요. 오늘 저는 여러분들과 함께 자애명상을 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스토리 하나 얘기해 드릴게요. 옛날 조선시대 이야기입니다. 석남사 주지스님한테 들은 이야기인데요. 왕조실록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고, 민간에 전해지는 숙종의 이야기라고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왕은 평소에 암행을 좋아했대요. 백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살피기 위해 변복을 하고 궁궐 밖을 종종 나갔습니다. 어느 날 밤에 한 신하를 데리고 나왔어요. 밤이 늦어 대부분 집에는 불이 다 꺼졌어요. 근데 마을 한쪽의 자그마한 집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선비가 낭랑하게 글을 읽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 기특하기도 하지. 어느 선비가 이리 밤늦도록 글을 읽는고.’하고 그 집으로 갔어요.

 

     옛날에는 대문이 없어서 누구나 마당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마당에 들어가서 손에 침을 발라 창호지에 구멍을 냈어요. 그 문구멍으로 왕은 방 풍경을 들여다봤어요. 그랬더니 방안에서 선비는 탁자에 앉아 글을 읽고 있고, 부인은 다소곳이 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는 게 보였어요. ‘음 풍경이 자못 아름답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글을 읽던 선비가 글을 딱 멈추더니 글을 읽으니 배가 좀 출출한데, 뭐 요기할 게 없소?”라고 부인에게 얘기했어요. 그 말에 부인이 다소곳이 일어나 벽장을 열고 그 속에서 주발을 하나 꺼내왔어요. 그 주발 뚜껑을 열자 하얀 송편 두 알이 있었어요. 왕은 가만히 계속 지켜봤어요.

 

     선비는 송편 한 알을 집어 맛있게 먹었어요. 그래서 왕은하나는 자기가 먹고, 다른 하나는 부인에게 주리라고 기대를 하며 바라보았죠. 그런데 그 선비가 하나를 다 먹고, 또 하나를 집어 자기 입으로 가져가는 거예요. 왕은 그걸 보면서괘심한지고.’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선비가 송편을 자기 입에 딱 물고 그것을 부인에게 입으로 전달하는 거예요. 그걸 계속 지켜보면서 왕의 마음에는 부러움이 일어났어요. ‘, 참 예쁘다. 보기 좋다. 저 사람들의 사랑이 참 기특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왕궁으로 돌아온 왕은 그 다음날 아침에 중전을 만났어요. 중전에게 중전, 송편이 먹고 싶구려. 송편 좀 해주시오.”라고 말했어요. ‘단 한 번도 무엇이 먹고 싶다고 한 적이 없는 왕께서 어찌 송편을 드시고 싶다고 하는고.’라고 생각하며, 중전은 수라간에 가장 맛있는 송편을 가장 아름답게 해서 임금의 수라에 올리라고 주문을 했어요. 수라간에서는 난리가 났죠. 짧은 시간 안에 송편을 대령하라고 하니까요. 부랴부랴 오색의 아름다운 송편을 커다란 접시에 소복하게 담겨 다섯 접시가 들어왔어요. 왕은 그걸 가만히 지켜보았지요. 그 때 왕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왕이 먹고 싶었던 것은 사랑이 담뿍 담긴 두 세알의 송편이었는데... 커다란 접시에 수북이 담겨진 송편이 아니었어요. 그걸 보면서 왕은 마음으로 질려버렸어요.

 

     스토리는 여기까지입니다.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행복은 어디에서 오나요? 행복이 무엇인가요? 행복은 많은 양에 있을까요? 아니면 마음에 잇을까요? 도대체 행복이란 게 무엇인가요?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런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서 송편 두알에 대한 애기를 해드렸습니다.

 

     우리 모두 행복을 원해요. 세상에는 수백 가지 직업이 있어도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단 한 방향이에요. 행복이라는 방향입니다. 나는 스님이 되어서 행복을 추구하고, 요리사는 요리를 통해서 행복을 추구하고, 가수는 노래를 부르면서 행복을 추구합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마지막 정거장은 행복이라는 정거장입니다. 우리 모두가 다 그렇게 행복을 추구함에도 우리는 괴로운 일이 너무 많아요. 개개인의 괴로움뿐만이 아니라 사회가 주는 괴로움도 너무 많지요. 정치문제, 경제문제, 사회문제 등등 우리는 늘 미세하게 불안과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긴장이 지속되면 우리 몸과 마음 어디선가 문제가 생겨요. 편안하게 바닥을 딛고 사는 것이 아니라 허공에 붕붕 떠서 살아가는 것처럼, 현대는 늘 불안정한 상태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우리는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명상이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명상은 마음속에 있는 소소한 불안, 두려움, 근심, 걱정 등을 없애 줄 수 있어요. 실제로 다리가 부러져서 아픈 통증은 약이 담당해야 할 부분이지만, 마음이 만들어 낸(Mind-made) 고통과 괴로움들은 명상과 지혜를 통해서 씻어낼 수가 있다는 것이죠. 우리가 경험하는 70%의 고통은 대부분 마음이 만들어 낸 고통이라고 합니다. 사실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우리는 괴로워하고 힘들어 합니다. 내가 현재 위급하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모르게 늘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죠. 이런 번뇌들은 마음챙김과 마음집중 명상을 통해서 정리할 수 있어요.

 

     우리가 지금 7분 명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편안해졌어요. 명상은 지속성을 가지면서 꾸준히 하다보면 마음의 힘이 생깁니다. 중심감이 생기고 안정감이 생겨요. 그래서 소소한 번뇌들에 휘둘리지 않고 후레쉬한 마음으로 하고 있는 일들을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명상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제거하는데 탁월하다는 연구결과가 아주 많아요. 명상 붐 현상은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자 그럼 오늘은 자애명상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요.

자애(慈愛)는 빨리어로 멧따(metta)라고 하는데, 메따는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명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 호의, 배려, 우애, 사랑, 적극적인 관심 등이 포함된 단어입니다. 그래서 자애명상은 내가 행복하기를, 평화롭기를, 안녕하기를!,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기를, 평화롭기를, 안녕하기를,” 이라는 자애구절을 활용합니다. 이 자애구절을 가지고 내 가슴에서 가장 긍정적이고 따듯한 자애의 마음을 일으키고 개발해가는 명상입니다.

 

    일반적으로 자애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자애 구절을 활용합니다.

두 번째, 자애를 보낼 대상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 지속적으로 마음 챙기고 주의 집중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들을 가지고 자애명상을 하는데요. 자애명상은 가장 안전하고 쉬우며 사랑받는 명상이기도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어요. 버스에 앉아서도 이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하기를!’, 또 집 안에서는 나의 아들딸, 나의 남편,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가 다 행복하기를!‘ 하고 명상을 할 수가 있어요.

그럼 잠시 동안 자애명상 한번 해보겠습니다.

 

     명상의 자세를 잡아봅시다. 허리, 척추 뼈 반듯하게 세우시고, 눈은 감거나 반개하시면 됩니다. 본 명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즐거웠거나 기뻤었던 일, 행복했었던 일 하나 잠시 떠올려보세요. ... 행복했었던 그 때 그 당시, 나의 기분과 얼굴표정을 떠올려봅니다. 그때 그 당시 그렇게 기쁘고 행복했던 것처럼, 지금도 앞으로도 기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자애명상 시작해 봅시다.

 

     첫 번째 자애 대상은 자기 자신입니다.‘내가 진정으로 행복하길. 내가 진정으로 평화롭기를. 부디 내가 진정으로 행복하고 평화롭기를이 자애구절을 12번 쯤 마음속으로 나지막하게 읊조려보세요.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슴에서 실제로 일으켜봅니다.

 

     두 번째 대상은 여러분이 존경하는 분, 고맙고 감사한 분 한 분만 떠올려 보세요. 그 분의 환한 얼굴표정과 인품을 떠올리고, ‘이 분께서 진정으로 행복하고 편안하시길, 행복하고 편안하시길, 행복하고 편안하시길이라고 자애구절을 12번쯤 읊조려봅니다.

     이번에는 지금 이 순간, 진관사에 있는 모든 스님들과 불자님들이 행복하시길, 평안하시길, 안녕하시길. 행복하고 평안하시길행복하고 평안하시길

     이번에는 여러분과 인연 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 볼까요? 한 분 한 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없어도 괜찮아요. 여러분과 인연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행복하시길, 평안하시길. 행복하고 평안하시길. 행복하고 평안하시길.‘

 

     그럼 마지막으로 모든 중생, 모든 생명들을 대상으로 해2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중생들, 목숨을 가진 생명들은 다 행복하기를 평안하기를, 안전하기를 바랍니다.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명상 벨 울림)

 

     20분정도 했는데, 지금 마음이 어떤가요? 편안해지셨나요? 자애명상을 하면 금방 편안해지고 마음이 깨끗해져요. 마음이 불편할 때, 뭔가 불안하거나 근심걱정이 있을 때, 자애명상을 해보세요. 저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향해서 근심걱정을 하는 대신 너는 잘할 거야, 잘할 거야.’라고 믿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내 아이가 사고 치면 어떡할까.’ ‘내 아이가 잘못되면 어떡할까.’ 이런 생각은 내려놓으시고, ‘잘할 거야, 잘 될 거야, 당연히 잘 할 수 있지,’ 이렇게 따듯한 마음 긍정적인 마음을 일으켜야 합니다. 엄마의 마음은 자식에게 분명한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그러므로 부정적인 마음 대신 긍정적인 방향으로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간단하게 자애명상을 해봤어요. 집에서건 어디에서건 간단히 자애명상을 해보세요. 걸어가면서도 내가 행복하기를, 내가 평안하기를.’ 내 가족들이 행복하고 평안하기를.‘ 버스를 기다리거나 누군가를 기다리면서도 쉽게 할 수 있어요. 마지막에 꼭 잊지 말고 해야 될 구절은 모든 중생들이 다 행복하기를, 고통받지 않기를이라는 구절도 반드시 넣어주시기 바랍니다.

 

     ‘1톤의 이론보다 1온스의 실천이 더 가치있다.’ 고 쉐우민 사야도는 말씀하십니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명상을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