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법문

[신중기도] 10월 28일 신중기도 법문 2019-10-28

 

으뜸가는 10월 상달 바른 신심(信心)으로 기도하기

 

      안녕하세요. 벌써 음력으로 10월 초하루입니다. 음력10월은 결제의 달이기도 합니다. 10월 보름이 결제고, 해제는 다음해 정월 보름입니다. 날씨가 좀 쌀쌀한 거 같기도 하고, 적당히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계절이에요. 1,2,3,4,5,6,7,8,9월 지나와서 백중 49일간 지장기도 했고, 수륙재를 원만회향해서 어제 봉사자들과 같이 공양도 했습니다. 수륙재 원만히 잘 마치셨죠?

 

      10월은 12달 가운데 으뜸가는 달이라고 해서 상달이라고 합니다. 인지 아십니까? 제일 중요한 달이라는 뜻인데, 우리가 농사를 지으면서 오곡이 풍성해서 그 고마움을 조상님들이든지, 모든 자연에 떡을 좀 해서, 과일을 좀 풍성하게 올려서 고맙다는 제사를 올리기도 하고, 모든 행사를 하는 게 10월이에요.

 

      고려의 문장가 이규보가 광명사(廣明寺)의 문장노(文長老)를 만나 지은 시가 있어요.

 

露重楓初染<로중풍초염>이요 찬 이슬 내리니 단풍이 들고

霜深菊自開<상심국자개>요 찬 서리 내리니 국화가 절로 핀다 .

晩色猿啼送<만색원제송>하니 석양 빛은 원숭이가 울어 보내고,

秋聲雁挽廻<추성안만회>라 가을 소리는 기러기가 끌고 온다.

 

찬 이슬 내리면 국화가 그렇게 윤기가 난다고 그래요. ‘벌써 세월이 가을이구나’, 무상함을 느끼는 거예요. <기러기 울어예는..>노래도 있지요. 가을이 되어 기러기가 끼룩끼룩하면 , 벌써 가을이구나.’ 삼월삼짇날 되면 강남 갔던 제비가 와서 가을되면 가고. 벌써 10월입니다.

 

     10월이면 고사를 지냅니다. 안택이란 말 아시나요? 집안이 편안하길 기원하면서 안택불공 한다고 빨간 팥떡을 올려 조상들에게 기도합니다. 우리가 보통 가신신앙이라고 해서 신주단지를 모셨는데, 그 속에는 나락(쌀 처음 난 것)을 잘 모셔서 10월 상달 초하룻날에 그걸 바꿔요. 그 쌀은 다른 사람에게 안 줘요. 가족 외엔 안 줍니다. 그래야 복덕이 풍만하고 재앙이 없다고 했어요. 우리는 보통 제석신이라든지 성주신, 신줏단지라고 하는데, 절에서는 제석단지, 세존단지라고 합니다. 첫 수확한 쌀이나 나락 등을 모아 그 속에 놓고 1년 내내 잘 모십니다. 그리고 10월초하룻날 바꾸는 거예요. 마치 우리가 입춘날 소금, , 숯을 준비해서 올리고 그 다음 해 입춘 날에 바꾸듯이 곡식을 바꿔줍니다. 이 곡식은 복이 담겨있기 때문에 가족들만 먹어야 재앙이 없고, 일 년 내내 무사 무탈하다고 해요. 여러분들은 그런 거 못 보셨죠? 예전 60년대 시골에서 농사짓는 곳에서는 다 하던 것입니다. 신줏단지라고 엄청난 위패를 모시는 게 아닙니다. 이 때 세존은 성주신이나 터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예요.

 

      또 전라도 강진군의 경우에는, 베로 주머니를 만들어 쌀을 넣고 방문 뒤에 걸고 세존단지라고 모셔요. 자기 성, 시아버지 성, 시어머니 성을 가진 집에 엽전을 7개 묶어 걸어두면 잘되었다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것도 하나의 민간신앙입니다. 그것도 10월 초하룻날 하는 풍습입니다.

 

     10월 상달은 1년의 농사가 마무리 됩니다.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에 보면 조상께 감사의 예를 올리는 기간으로 열두 달 가운데 으뜸가는 달로 생각하여 상달이라 하였다고 했어요.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舞天), 부여의 영고(迎鼓) 등 고대의 제천행사(祭天行事)10월 상달의 옛 모습이라 한다면 고려의 팔관회(八關會), 조선시대 민가의 고사 혹은 안택의식 등이 이어져 내려오는 모습이고, 오늘날의 상달맞이 고사, 안택굿, 시제(時祭, 예전에는 시제 후 각자 상을 하나씩 주었다고 합니다.), 산신제, 단오제 등이 그 맥을 이은 오늘의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혹시 집안이 불편하고 싸움을 자꾸 하면 팥떡을 해서 동네 친척들에게 좀 나눠주세요. 먹는 게 최고잖아요. 밥 달라는 사람에게는 밥을 줘야지요. 옷 달라는 사람에게는 옷을 주고, 돈을 달라는 사람에게는 돈을 주는 것이 민간신앙이에요. 이것이 정법은 아니에요. 옛날 어르신들이 하던 걸 그대로 따라서 하면 좋은 일이 있겠다, 예전에 어른들이 정화수 떠놓고 기도했던 것이 다 가정의 무사 무탈을 기원하고, 집안에 아무 일이 없기를 기원한 거예요. 또 그런 집이 잘 되요. 형제들끼리 싸움도 안하고, 돈이 없어도 콩 한쪽이라도 나눠먹어요. 요즘은 생사가 대사가 아니라 식사가 대사예요. 먹는다는 건 생명입니다.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는데, 요즘은 먹는 것도 희한하게 먹어요. 적당히, 내가 소화시킬 만큼만 드시면 됩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전하기를 충청도 보은의 속리산 꼭대기에 대자재천왕(大自在天王)의 사당이 있고, 그 천왕이 매년 10월 인일(寅日)에 속리산 법주사로 내려오는데, 산중 사람들이 음악을 울리고 이 신을 모셔다가 고사를 지낸다. 천왕은 45일이나 놀다가 돌아간다고 한다.”고 했는데 고래로 내려오는 10월 상달의 제천의식과 불교가 만난 좋은 사례라 하겠습니다.

 

      10월 상달이 되었으니 바른 신심으로 기도해야 하는데, <법화경>에 보면, “부처님의 방에 들어가, 부처님의 옷을 입고, 부처님의 자리에 앉아 법을 설한다.” 법문을 듣기도 합니다. 여기 여러분은 부처님 자리에 앉은 겁니다. 부처님의 옷을 입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화를 내고 탐욕을 부려야 하겠습니까? 안되지요. 慈室忍衣(자실인의), 자비의 집과 인욕의 옷을 입고서 부처님 자리에 앉아 법을 듣기도 하고 설하기도 합니다. 항상 부처님 법과 같이 대비해 보세요. 속인들과 대비하지 말고, 불법과 대비하시면, 내가 앉은 자리는 법좌다, 내가 입은 옷은 여래의 옷이다, 내가 들어온 곳은 여래의 방이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당신은 부처님>이라고 했으니까 부처님의 방에 들어가, 부처님의 옷을 입고, 부처님의 자리에 앉아 부처님의 법을 듣는다, 이러면 세상에 시시비비가 없고, 다 긍정적이 되고, 만사형통이 됩니다. 안 되는 게 없는 거예요. 안 된다, 시시비비하면 그 사람은 끝내 시시비비하다 끝납니다. 잘 못하면 심장마비 걸립니다. 우리가 신경을 안 쓴다 해도 알게 모르게 신경을 쓰거든요. 되도록 단조롭게 단순하게 생각하시고 모든 걸 편안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어렵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쉽게 갈 일도 어렵게 가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적당히 잘 가셔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는 신자를 불자(佛子)”라고 하는데, “부처님의 자식(제자)”이라는 뜻입니다. 이유는 자식은 어리지만 나중에 어른이 되듯이, 중생은 어리석지만 나중에 부처님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듯이 중생이 미래에 부처님이 되기 위해서는 오정신행(五正信行 : 다섯가지 바른 행)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신장익(信長益)이니 믿음(신심)을 더욱 크게 자라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계장익(戒長益)이니 계율을 더욱 잘 지키는 것이다.

셋째는 문장익(聞長益)이니 법문을 더 많이 듣는 것이다.

넷째는 시장익(施長益)이니 보시를 더 많이 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혜장익(慧長益)이니 지혜가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선남자 선녀인이 바르게 신행하는 다섯 가지 길이다.

- 증일아함 48권 예삼보품(禮三寶品) 7

 

      첫째 믿음을 더욱 자라게 해야 한다(信長益)는 것은 진리에 대한 바른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삿된 것을 믿는 것은 바른 믿음이 아닙니다. 연기의 이법(理法)을 진리라고 믿고 스스로 바르게 닦아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누가 뭐라고 해도 삿된 길에 빠지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절에 와서 스님의 법문을 들어야 하는데, ‘어디 용한데 있으니 가자.’고 해요. 그게 삿된 길로 가는 거예요. 점집에는 잘 되는 사람은 오는 법이 없어요. 근심걱정이 있는 사람이 가지. 그런 사람에게 겁을 줍니다. 그런 곳에 절대로 가지 마세요. 되도록 바른 믿음, 바른 견해, 바른 신심 있는 에너지가 충만한 곳에 오셔서 기도 열심히 하는 것에 충족해야지, 사사로운데 끌리면 안 됩니다.

 

      둘째 계율을 더욱 잘 지켜야 한다(戒長益)는 것은 항상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뜻입니다. 윤리도덕을 잘 지키는 사람이 이웃과 싸움도 안 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의 규범에서 벗어나면 시비에 휩싸입니다. 규범이 아니더라도 악행은 옳은 것이 아닙니다. 십악업을 바꾸면 십선행이 되는 겁니다. 천수경에 <살생중죄 금일참회...> 참회만 하는데도 어느 때 보면 참회가 없어져요. 머리로만 하지 말고 실제로 하셔야 합니다. 실천이 최고입니다. 바르게살기를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문수의 지혜와 보현의 실천을 가지고서 지와 행을 합일하게 해야지만 바른 길로 갈 수 있습니다.

 

       셋째 법문을 더욱 많이 들어야 한다(聞長益)는 것은 바른 법을 배우기를 주저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법당에 오래 앉아있으면 향내가 몸에 배듯이 자주 절에 나가 법문을 듣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선근공덕이 있어 불법을 깊이 알고 실천할 마음이 생길 것은 당연합니다.

 

      넷째 보시를 더욱 많이 해야 한다(施長益)는 것은 복을 많이 지으라는 것이죠. 복이란 뒤주 속의 곡식과 같아서 채워 넣지 않으면 금방 바닥이 납니다. 남을 도와주고 선행을 베풀면 그것이 공덕의 씨앗이 되어 보물창고를 채우게 됩니다. 잘 사는 사람들은 전생에 많이 베푼 사람들입니다. 자꾸 베푸는 것이 습관화되야 합니다. 남의 것 자꾸 가지려고 하지 말고 자기 것을 주려고 생각하세요.

 

      다섯째 지혜가 더욱 빛나게 해야 한다(慧長益)는 것은 어리석음을 씻어내고 지혜롭게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참다운 지혜는 진리를 바로 깨닫고 깨달음의 지혜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결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습니다. 기도 많이 하면 지혜로워집니다. 한 시간을 기도해도 열심히 일념으로 하셔야 합니다. 삼매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마음을 편안히 하고, 하루에 십분이라도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여래의 방에 들어가서 여래의 옷을 입고 여래의 자리에 앉았으니까 부처님 생각만 하고 좋은 생각 내시면 좋은 사람 되는 거예요. 여기서 좋은 사람이란 착하고 악한 것을 떠나서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거예요. 지혜로운 사람이 최고의 불자입니다.

 

      10월 상달, 으뜸가는 달, 모든 걸 베풀어 나눠먹는 달입니다. 다같이 부처님 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