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법문

[칠석기도] 8월 7일 칠석기도 법문 2019-08-07

<칠석과 칠석신앙>

 

안녕하세요. 이 더위에 삼일동안 기도하시느라 너무 근념하셨습니다. 힘드셨죠? 그래도 다행히 비가 와서 더위가 좀 덜하긴 한데요. 칠석날은 비가 잠깐 왔다가야 하는데, 사람이 너무 슬프면 슬픔이 강물 같다고 하잖아요. 와서 만나느라 눈물 흘려서 비가 잠시 오고, 또 헤어져서 가느라고 잠깐 와야 하는데, 장마기운이 있어서, 지금 너무 슬픈가 봐요(웃음). 그런데 슬픔을 슬픔으로 보지 말고, 1년에 한 번 견우직녀가 만나는 날이다,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세요.

 

 

칠석의 유래

하늘나라 목동인 견우와 옥황상제의 손녀인 직녀(베 짜는 사람)가 결혼하였는데 그만 서로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자신들의 일도 잊은 채 사랑에 빠져 있자 옥황상제는 크게 노하여 견우는 은하수 동쪽에, 직녀는 은하수 서쪽에 떨어져 살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두 부부는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건널 수 없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애태우면서 지내야 했어요.

이러한 견우와 직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까마귀와 까치들은 해마다 칠석날에 이들을 만나게 해주기 위하여 하늘로 올라가 다리를 놓아 주었고, 그것이 오작교(烏鵲橋)입니다. 연결시켜 주느라 까치까마귀가 머리가 다 벗겨졌을 거예요(웃음).

그래서 견우와 직녀는 칠석날이 되면 이 오작교를 건너 서로 그리던 임을 만나 1년 동안 쌓였던 회포를 풀고 다시 헤어집니다. 칠석날 저녁에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가 상봉하여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라고 하며, 이튿날 새벽에 비가 내리면 이별의 슬픈 눈물이라고 합니다.

원래 칠석신앙은 도교에서 나온 거예요. 자미대제(紫薇大帝)라고 했는데, 칠석과 치성광여래가 결합된 것입니다.

예전에는 하단에 오래 못 있게 했어요. 특히 산신각에는 오래 있으면 안 됩니다. 산신님은 땀 냄새, 인내(-)를 싫어하셔서 오래 있으면 장애가 일어날 수 있어요. 칠성각에도 기도하신다고 오래 계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러면 안 됩니다. 되도록 대웅전에서 기도하세요. 대웅전 상단기도가 최고입니다.

우리 진관사는 500나한도량인데, 지금은 다 불 타 16나한님만 계세요. 나한님은 복을 줄 때는 많이 주시지만, 안 주실 때는 전혀 안 주십니다. 그래서 여기는 청정치 못 한 사람이 오면 다 저절로 나가게 됩니다. 그래서 행동도 바르게 해야 하고, 마음도 반듯하게 해야 하지, 술 먹고 왔다든지 하면 가다가 넘어집니다. 나한님이 가만히 안 두시기 때문입니다. 관음도량은 너그럽게 봐주시는데, 나한님들은 자유자재하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독성님이 계시는 도량인 사리암에서 기도하면, 성취하면 엄청 봐주시지만, 잘 못하면 절대 안 봐주시는 곳이 나한 도량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마음을 다잡아서, 이곳저곳 헤매지 말고, 한 마음으로 정법으로 해야 합니다. 자기기도 열심히 하면 됩니다. ‘기도하는 것을 밥 먹듯이 한다, 숨 쉬듯이 하면 된다.’ 숨은 남이 대신 쉬어주는 것이 아니고, 숨을 쉬다가 숨 한번 안 쉬면 내생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숨 잘 쉬시는 공부하셔야 합니다. 그러려면 밥도 적당히 드시고, 욕심도 내지 마시고, 좋은 마음내면 가피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세상에 불가능은 없습니다. 초발심자경문에 <但不爲也언정 非不能也니라(단불위야 비불능야)>가 있습니다. <다만 하지 않을지언정, 능히 불가능이란 없다.>란 말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한 만큼 나오죠, 기도는 한 만큼, 하루 기도하면 하루 기도한 만큼. 오늘 이렇게 불볕더위에 삼일기도 했으니, 성취는 다 된 겁니다. 느끼면 되는 겁니다. “기도하니까 내가 기분이 좋구나.” 하면 된 것입니다. 왠지 찝찝하다면 욕심을 많이 내서 그런 거예요. 적당히 해야 하는데, 뭔가 더 이루려고, 우리가 저금할 때 많이 하면 이자가 많이 나오죠? 조금 해놓고 이자를 많이 받으려고 하면 과욕이에요. 공부는 잘 안하면서 서울대 가려고 하면 안 되잖아요. 자기 분에 맞게, 지난 일요법회 때 삼지가 있다고 했지요. 지족(知足), 지분(知分), 지지(知止). 만족함을 알고, 분을 알고, 나가고 들어올 때를 알아야한다. 자기가 적당한 데서 멈춰야 해요. 더 하려고 하면 욕심이에요. 과욕은 금물입니다. 안분지족 [安分知足]을 나의 좌우명으로 삼고, 분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공덕을 지어야합니다.

 

칠석의 풍속

- 칠석 물맞이 풍속: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흘리는 눈물로 내리는 빗물은 약물이라고 해서 목욕을 했습니다. 요즘은 안 되지만요.

예전에 운문사 내원암에 여름 내내 시원한 물이 나오는 곳이 있어, 복날에 물 맞으러 간다고 했어요.

- 칠석 기원행사: 여자들이 길쌈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직녀성에게 빌었음.

- 쇄서폭의(晒書曝衣): 여름 장마철 동안 눅눅했던 옷과 책을 내어 말리는 풍습

칠석에는 국수와 다시마, 미역, 명다리 실, 소창, 무명 등을 올립니다. 오늘도 많이 올리셨네요.

복 짓는 이야기를 하나 할게요. 수명을 좀 연장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중국 진나라에 우보가 지은 <수신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에는 신기한 이야기가 많이 있어요. 거기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외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었어요. 하루는 지나가던 스님이 그 아이의 상을 보고는 명이 아주 짧게 생겨서 이 아이는 명이 짧으니 기도를 많이 해야겠습니다.” 했어요. 어머니가 살릴 방도를 간절히 물으니, 그 스님은 산 위에서 바둑을 두는 두 노인을 찾아가 부탁해보라고 일러주었어요. 부지런히 산에 가니 정말 두 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었어요. 잘 생긴 노인과 못 생긴 노인이었어요. 어머니가 두 노인에게 애걸해도 노인들이 들은 척도 안 했어요. 속이 상한 어머니가 집에 돌아가 어린 아들을 붙잡고 하소연을 했어요. 그 꼬마가 산에 올라 두 노인에게 애걸복걸했어요. 잘 생긴 노인은 살려주자 하고, 못 생긴 노인은 반대했어요. 끝까지 꼬마가 애걸하자, 두 노인이 화해해서 생명부(生命簿)를 꺼내고는 ‘19’‘99’로 고쳐주었어요. 그래서 소년은 오래 잘살게 되었어요.

 

불교에서는 북두칠성이 중요한 게 아니고, 그에 준하는 치성광여래예요. 치성광여래는 일곱 분입니다. 거기에 일광, 월광보살님도 계십니다.

 

북두 제1 운의통증여래는 탐랑성군으로 자손에게 만덕을 주고,

북두 제2 광음자재여래는 거문성군으로 장애와 재난을 없애주고,

북두 제3 금색성취여래는 녹존성군으로 업장을 소멸시키고,

북두 제4 최승길상여래는 문곡성군으로 구하는 바를 모두 얻게 하고,

북두 제5 광달지변여래는 염정성군으로 백가지 장애를 없애주고,

북두 제6 법해유희여래는 무곡성군으로 복덕을 두루 갖추게 해주고,

북두 제7 약사유리광여래는 파군성군으로 수명을 오래도록 연장시켜 준다.

 

또한 치성광여래는 자손창성, 수명장수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지혜도 줍니다. 치성광여래가 우리에게 이런 것을 주므로 칠석기도가 계속 되는 것입니다. 자손창성, 수명장수, 지혜 등 여러 가지를 다 주시는 겁니다.

또 공덕을 지어야 하는 이야기도 하나 들려드릴게요.

 

석가모니불의 화신으로 추앙받았던 조선시대 중기의 고승 진묵대사(震默大師: 1562-1633)의 이야기입니다. 스님에게는 누이동생이 하나 있었고, 누이동생의 외아들은 찢어지도록 가난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이 조카가 가난을 면하기 위해서는 복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신 스님은 7월 칠석날 조카 내외에게 "오늘밤 자정까지 일곱 개의 밥상을 차리도록 해라. 내 특별한 손님을 모셔올 것이다."라고 일렀습니다.

진묵스님이 신통력을 지녔음을 아는 조카는 '삼촌이 잘 살게 해주리라' 확신하고 열심히 손님맞이할 준비를 하였습니다.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장만하여 마당에다 자리를 펴고 일곱 개의 밥상을 차렸습니다.

12시 정각이 되자 진묵스님이 일곱 분의 손님을 모시고 집안으로 들어오는데, 하나같이 이상한 모습이었습니다. 한 분은 째보요 한 분은 곰보, 절름발이요 곰배팔이요 장님이요 귀머거리들 이었고, 하나같이 눈가에는 눈곱이 잔뜩 붙어있고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조카 내외는 기분이 크게 상하여 손님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부엌으로 들어가, 솥뚜껑을 쾅쾅 여닫고 바가지를 서로 부딪치고 깨면서 소란을 피웠습니다. 그러자 진묵스님의 권유로 밥상 앞에 앉았던 이상한 모습으로 화현하였던 칠성님들은 하나, 둘 차례로 일어나 떠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마지막 칠성님까지 일어서려 하는데 진묵스님이 다가가 붙잡고 통사정을 하였습니다.

일곱 번 째 칠성은 진묵스님의 체면을 보아 밥 한술을 뜨고 국 한 숟갈을 먹고 반찬 한 젓가락을 집어 드신 다음 떠나갔습니다.

진묵스님은 조카를 불러 호통을 쳤습니다.

"도무지 복 지을 인연조차 없다니 한심하구나. 그래도 마지막 목성대군이 세 숟갈을 잡수셨기 때문에 앞으로 3년은 잘 살 수 있을게다."

이튿날 조카는 장에 나갔다가 돼지 한 마리를 헐값에 사 왔는데, 이 돼지가 며칠 지나지 않아 새끼를 두 마리를 낳았고, 몇 달이 지나자 집안에는 돼지가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또 돼지들을 팔아 암소를 샀는데, 그 소가 송아지 두 마리를 한꺼번에 낳았습니다.

이렇게 하여 진묵스님의 조카는 3년 동안 아주 부유하게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만 3년째 되는 날 돼지우리에서 불이 나더니, 불이 소 외양간으로 옮겨 붙고 다시 안채로 옮겨 붙어, 모든 재산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3년의 복이 다하자 다시 박복하기 그지없는 거지 신세로 전락한 것입니다.

 

너무 있다고 재지 말고, 없다고 낙담 하지 말고, 돈으로 못하면 몸으로라도 보시를 하면, 남에게 자리를 양보한다든지, 공양을 좀 갖다드린다든지. 환한 얼굴로 미소를 짓는다든지, 그게 다 보시에요. 무외시가 있잖아요. 무재7보시(무재칠시(無財七施))가 있지요. 그렇듯이 진묵스님께서 오죽했으면 이런 말씀을 하셨겠어요.

칠성불공이 꼭 우리에게 복을 지어야한다, 자손창성, 부귀영화, 등등 하지만은 남을 위해서 공덕도 짓고, 내가 할 수 있으면 다 복 짓는 게 공덕이에요. 공덕도 짓고 복덕도 지으면 좋은 일만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갈 때는 아무 것도 안 가지고 가잖아요. 돌아가실 때는 한 평도 안 되고, 화장하면 한 줌도 안되요. 열심히 기도하면서 복도 짓고, 남을 위해 공덕도 짓고, 보시도 하면 그게 다 복이 됩니다.

오늘 공양올린 보살님들, 떡 올리신 분들, 다 잘 나눠드시고, 국수 드시고 수명장수하세요. 기도 잘 하시고 회향 잘 했습니다. 이렇게 비가 와서 대지를 적셔주니까 좋네요. 항상 <다 맞다, 다 좋다, 다 옳다, 다 맛있다.>하면 세상이 다 잘 돌아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