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법문

<산사음식> 향적세계 고급반 강의 2019-06-20

 

 

  < 음식은 생명이다.>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고,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대하고, 어떻게 해서 음식이 우리의 건강을 도와주나,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예요.

그래서 저는 기교, 요리, 재능 다 중요하지만, 살아가면서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희는 처음에 출가하면, 채공공양주부터 삽니다. 채공 석 달, 공양주 여섯 달, 더 많을 때는 1년 넘게 살았어요, 68년도에는.

그런데 지금은 공양주, 채공을 절에서 다 따로 두다보니까 스님들이 기도를 한다든지, 부전을 산다든지 하는데, 그래도 기본은 공양주, 채공이에요.

준비하고, 만들고 먹고 정리하는 과정이 전부 수행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먹고 마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음식(먹고 마시는 것)은 삶의 기본이고 생활의 바탕입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부터 먹고 마시는 걸 좋아해서 음식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보니 음식 만든 지 50년이 넘었어요.

 

  食爲先 先食治  後藥治

 

   食爲先, 먹는 것이 가장 먼저고,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것입니다.

先食治, 먹는 것으로 다스려서  낫지 않으면, 後藥治, 나중에 약으로 다스린다.

음식으로 못 다스리면 약으로도 다스리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먹는 게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 몸은 나중에 죽으면 어디로 간다고 하죠?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로 가죠. 내 몸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뼈와 살은 땅으로 가고, 눈물, 콧물은 물로 가고, 따뜻한 기운은 불로 가고, 호흡은 바람으로 가고. 그래서 내 몸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자연(自然)이에요.

 

  그래서 <사찰음식은 수행식(修行式)이어야 되고, 자연식(自然式)이어야 되고, 건강식(健康式)>이에요.

음식은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음식 못하는 사람이 양념을 많이 칩니다. 양념이란 말은 약념((藥念 약처럼 생각해서)에서 변하여 나온 거예요.

항상 이 음식을 먹으면 우리 가정이 편안하고, 내 몸이 건강하고, 모든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건강해야 하는데, 거기에 바탕은 마음입니다.

<최고의 양념은 마음입니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바른 사람이 음식을 잘 만드는 겁니다.

싸움해보세요. 음식이 짜지지. 화가 나면 음식이 타요, 불을 조절을 못하니까. 열 받으니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칼, 물, 불을 다루기 때문에 여일하지 못해요. <如一하다, 如如하다>,

여일하다는 한결같다는 말이고, 여여하다는 똑같은 마음. 어제 마음 똑같고, 오늘 마음 똑같고, 내일 마음 똑같은 마음이 되어야지,

항상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바로 그게 부처님 마음이에요. 중생은 변덕이 심하고, 변화가 심하지만, 부처님은 똑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여래라고 하죠. 여여하게 오셨다. 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세존, 여래십호가 있잖아요.

항상 여일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기복이 없어야 해요. 그날 식당이 쉬었다고 하면 쉐프가 화가 났다는 겁니다.

그럼 음식이 맛없어요. 여러분의 마음자세가 수행자 같은 마음, 자연스러운 마음, 건강한 마음이 되어야지만, 음식을 만들어도 맛있어요.

음식은 무엇으로 먹을까요? 맛으로 먹지요. 맛이 없으면 안 먹어요. 절에 가서 맛있게 먹은 뒤 집에 가서 해먹고 싶으시죠? 절집음식은 담백하고,

오신채( 파,마늘, 양파, 달래, 부추 : 구구단 외우듯이 외워서 바로 나와야 해요.)를 안 써서 진중합니다.

 양파는 생으로 먹으면 성질이 나고, 익혀 먹으면 음심이 동해 바람이 납니다. 절에서는 특히 금지사항이에요.

어떤 때는 새벽에 염불할 때도, 템플 오는 사람들이 들어오면 악취가 나서 우리들은 문을 다 열어놔요.

그래서 이런 음식은 먹질 말아라. 하지만 이건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저희들은 완전히 먹지 말라고는 안합니다. 적당히 먹어라.

스님들은 금기사항이에요. 그런데 70이 넘으면 약으로 먹어도 가하다는 게 나와요.

 

   산사(山寺)음식은 사찰(寺刹)음식이라고 해도 되는데, 진관사 음식은 의례음식으로부터 시작되었어요.

<의례는 공덕의 음식이다. 화합의 음식이다. 나눔의 음식이다(모든 음식을 만들어 나누기 때문에).

자비의 음식이다(우리가 살생을 안 하잖아요). 자연을 담은 마음이다.> 그러니까 쌀 한 톨이라도 아껴야합니다.

일미가 몇 근인지 아세요? 일미가 칠근(一米七斤)입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중요해요. 저희는 환경운동처럼 발우를 다 닦아서 먹잖아요.

고춧가루가 아귀의 목에 들어가며 불이 나는 것처럼 아파 죽어요. 그래서 깨끗하게 부셔 먹어요.

쌀 한 톨의 무게도 7근이 되는데, 그걸 수챗구멍에 버려보세요. 제석천왕이 썩을 때까지 합장하고 눈물을 흘리며 계세요.

절대 음식은 함부로 다루면 안 돼요. 다 농민들의 피와 땀입니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깃들어 있고, 한 톨의 쌀알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는데, 1가마에 400백 만 개 쌀알이 담겨있대요.

그러니까 음식도 깨끗해야 되고, 음식의 3요소는 청정, 유연, 여법인데, 몸도 마음도 음식도 깨끗해야 되요.

채소만이 아니라 내 몸도 깨끗하고 정갈하게 해야 되요. 몸도 마음도 물질도 청정, 유연, 여법해야 된다는 말이에요.

 

 

   오늘 마음을 깨끗하게 하면서 유연 여법하게 음식을 만들면 최고의 맛입니다.

 부처님의 최고의 맛은 제호(醍醐)의 맛입니다.  우리 공양간이 제호의 향기예요.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것, 우리나라의 최고의 발효식품을 장류입니다. 우유를 삭혀서 만든 최고의 맛을 제호의 맛이라 합니다.

부처님의 일미의 맛을 제호의 맛이라고 합니다. 최상성의 법은 제호의 법이고, 제호의 맛이고, 감로의 맛은 감로수, 최고의 단맛이고,

향적주중상출납(香積廚中常出納), 향적세계는 향기가 나는 세계예요. 제호의 맛이나 감로의 맛이나 향적의 맛이나 다 똑같은 삼위일체 일미예요.

우리가 보통 보살, 성문, 연각을 삼승이라고 하죠. 삼승이 회귀하면 일불승법이에요.

그렇듯이 제호의 맛이나 감로의 맛이나 향적의 맛. 그래서 오늘은 제호의 맛도 내야 되고, 감로의 맛도 내야 되고, 향적의 맛도 내야 되요.

누가 제일 잘 내나 볼 거예요.  오늘 향적세계에서 잘 배운 후 나들이 겸 진관사에 오셔서 오늘은 저한테 이런 걸 배워야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따로 있죠. 봄에는 새싹이나 순을 따요.

봄에 3가지 중요한 채소가 있어요: 쑥, 두릅, 엄나물. 여름에는 잎, 가지를 먹고, 가을에는 뿌리, 감자, 무, 겨울에는 저장음식, 배추 등을 먹어요.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므로 좀 짭조름하게 드셔야 되요. 흘린 땀을 보충해야 되니까.

그래서 예전에 오이지, 짠무를 준비해서 반찬이 없더라도 찬물에 밥을 말아 오이지와 드시고, 아니면 고추를 장에 찍어 먹으면 아주 담백한 맛이에요.

반면 겨울에는 추우니까 열이 나게, 김치찌개라든지 매운 찌개 드시잖아요. 종류가 달라요.

   저는 절대 저장해서 음식을 드시지 말라고 합니다. 장에 가서 바로바로 사와서 드시지, 싸다고 잔뜩 사서 냉장고에 두면 냉장고 속에서도 상해요.

제일 나쁜 음식이 냉장고 음식이에요. 온도가 1도만 낮아도 암에 걸릴 확률이 70-80%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찬물을 자꾸 드시지 말고 적당한 온도의 물을 드십시오. 음식 만들 때도 텃밭에서 바로 따서 먹는 음식이 최고의 음식이에요.

그래서 절대로 저장해서 드시지 말자. 바로 조리해서 바로 먹고, 음식은 최고로 맛있는 게 마음도 중요하지만,

바로 그때그때 만드는 것이 최고의 맛이에요. 두부도 조려놨다가 이틀 후에 드셔보세요. 그게 맛있나. 식은 밥도 도움이 안 돼요.

바로 한 뜨끈한 밥을 드셔보세요. 바로바로 해서 드시는 게 최고의 맛입니다.

 

 

   사찰음식이 어떤 건가 대충 아시겠죠. <자연식이고 건강식이고 수행식이다.>

우리가 도를 이루기 위해서 먹는 게 수행식이에요. 그리고 절에서 수행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먹는 게 바로 산사음식입니다.

최고의 담백하고 맛있는 음식, 자연식, 건강식, 수행식이다.    음식 만드는 자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입니다. 오늘 강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