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법문

<산사음식> 향적세계 중급반 강의 2019-06-26

 

 

  

  부처님 당시, 남방불교, 초기불교에서는 단체생활이 없어서 걸식을 했었어요. 그러다 중국에 와서 단체생활을 하면서 백장스님의 일일부작이면 일일불식(一日不作一日不食)이라,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밥 먹지 않겠다.’는 말이 나왔어요. 사실 밥 먹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저희들은 절집에 들어오면 채공, 공양주부터 살아요. 그래서 채공을 잘 살면 지혜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얼렁뚱땅 살면 지혜가 생기질 않아요. 음식은 수학공식이 아닙니다. 정해진 공식이 없어요. 다 응용입니다. 예를 들어 두부를 가지고 수십 가지를 만들 수 있고, 무 가지고도 수십 가지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채공은 머리를 짜내서 지혜롭게 계발을 해야 돼요. 똑같은 음식을 상에 올리면 가족들이 좋아해요? 안 좋아하죠. 그래서 채공을 하면 지혜가 생기고, 공양주를 살면 공덕(功德)이 생겨요. 그래서 채공, 공양주를 오래 살았다고 하면 그 사람은 업장이 다 소멸된거예요.

    그래서 밥 먹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밥이 그대로 생명입니다. 밥을 1주일만 안 먹으면 돌아갑니다. 남자는 7일간 안 먹으면 가고, 여자는 조금 독해서 9일까지 간다고 합니다. 밥이 생명이기 때문에 음식은 날마다 약으로 먹는다,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음식은 삶의 바탕이고, 사람의 근본입니다. 우리는 잘 먹으면 잘 산다고 해요. 우리는 자연을 닮아서, 돌아갈 때는 지수화풍,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음식을 먹는 것이 바르게 먹어야지 몸이 반듯합니다. 또 몸이 반듯하니까 행동도 바르게 됩니다. 음식을 함부로 먹으면 행동도 망가집니다. 그래서 먹는 게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내 행동이 반듯해야 모든 게 반듯합니다.

   이 몸의 행동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마음에서 나옵니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몸도 마음도 맑아지고 깨끗해집니다. 몸과 마음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우리가 보통 몸의 주인은 마음이라고 하죠? 마음의 스승은 몸입니다. 몸과 마음을 함부로 하면 안 돼요. 그래서 몸을 키우는 것은 음식이기 때문에, 음식을 잘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전 사람들은 食爲先 先食治  後藥治이라고 했습니다. 먹는 게 가장 우선이에요. 그래서 식위선(食爲先)이라고 하고, 몸이 아프면 제일 먼저 음식으로 다스려요. 그 후에 약으로 다스려요. 음식으로 다스려서 나아지지 않으면 약으로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했어요.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깃들어 있고, 한 톨의 쌀알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어요.    음식을 먹을 때, 무엇을, 어떻게, 언제, 어디서, 얼마만큼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은 수학공식이 아니에요. 지금까지 제가 강의를 하면서 ‘이렇게 하면 좋겠다.’해서 만든 거예요.

무엇을? 자연식을 드셔야 해요. 자연에서 나오는 음식 재료.

어떻게? 조리법언제? 제철음식

어디서? 가족과 함께.

 가족과 함께 즐겁게 먹으면 세레톤이라고 하는 화학반응이 나와 몸과 마음도 건강하게 하고 면역력을 키운다고 해요. 그래서 기분 좋은 사람과 같이 먹으면 기운이 나죠. 그래서 가족과 함께, 지인과 함께. 그렇지 않으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그러면 소화도 잘돼요. 기분 나쁜 사람과 먹으면 소화도 잘 안 돼요. 현장에서 배운 음식은 마을에서 배운 음식과 달라요. 마을에서는 유명한 셰프에게 가서 배우면 되잖아요. 왜 절에서 음식을 스님에게 배우려고 하는가? 마음을 배우셔야 해요. 마음을 넓게 써야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써야 되고, 좋은 마음을 내는 사람이 좋은 음식을 만들어요. 화가 나죠? 싸움을 했죠? 타거나 짜지 않으면 음식이 맛이 없어요. 음식은 맛으로 먹어요. 마음을 먹는 것도 좋은데, 맛이 없으면 못 먹어요. 얼마만큼? 소식(小食). 조금씩 적당하게. 이렇게 먹는 것이 음식을 먹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산사음식은 수행식이고, 자연식이고, 건강식이에요. 음식의 3가지 요소 아시죠? 청정, 유연, 여법입니다. 거기다 덧붙이면 담백, 간소.

 

첫째, 청정, 깨끗해야 되고. 음식점이 더러우면 맛있을 수가 없어요. 아무리 좋은 음식이래도 깨끗하지 않으면 식감이 떨어져요. 둘째, 유연, 삶을 건 삶고 부드럽게 하고, 셋째, 여법, 양념이 들어가야 할 때는 들어가야 하고. 음식만 이런 게 아니고, 우리 몸도 청정, 여법, 유연해야 되요. 마음이 맑지 못하면 청정치 못하다고 하죠. 또 기복이 심하면 유연치 못하다고 해요. 법답지 못한 것은 여법치 못하다. 그래서 절에서는 여법한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법답다, 여법하다> 비슷한 말이 <여일하다, 한결같다, 여여하다>,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은 마음이 여여한 마음이고 여일한 마음이에요. 모범적인 행동으로 반듯한 걸 여법하다고 해요. 그래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몸도 마음도 깨끗하고, 부드럽고 여법해야 해요. 음식만 그런 게 아니에요. 모든 걸 다 마음을 보셔야 해요. 자연에서 문화로 변모하는 과정을 요리라고 해요.

 

 거기에 절에서의 음식을 절집 음식, 사찰음식이라고 해요. 요리는 기교를 많이 써서 색감도 있고, 담아내는 것도 산해진미가 다 들어갑니다. 하지만 산사에서의 음식은 소박하고 담백하고, 자연적인 음식입니다. 담백한 맛이 변함없는 맛, 순수한 맛, 맑은 맛이에요. 이런 음식을 오늘 한 번 만들어 보는 거예요.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 좀 짭조름한 맛을 느껴야 되겠지요. 그래서 장떡, 깻잎장떡, 방아장떡 등이 있는데, 방아는 마을에서 구하기가 어렵고, 민트, 허브 같은 성질이 있어요. 그래서 예전의 어른스님들은 방아를 드리면 최고의 음식이라고 하셨어요. 호박, 당근, 감자는 다 땅에서 주는 선물이에요. 감자는 자연에서 주는 가장 좋은 음식이에요. 지난 번 고급반은 알감자조림을 했는데, 오늘은 감자를 가지고, 깍둑깍둑 썰어서 즉석에서 해 먹는 음식을 만듭니다. 저는 냉장고에 저장해 놓고 먹는 음식을 제일 싫어합니다. 음식 마일리지란 말 들어보셨어요, 텃밭에서 바로 가져다 먹는 음식을 말합니다. 싸다고 많이 사서 냉장고에 두는데, 냉장고 속에서도 다 썩어요. 우리 몸의 온도가 1도만 내려가도 암에 걸릴 확률이 70-80%예요. 내 몸의 온도를 올려야 되요. 적정온도만 가지고 있어도, 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냉장고에 비축해서 오래 놔두고 내일 모래까지 먹자는 건 반대입니다. 즉석에서 밥을 하면 음식도 맛있고, 그게 음식 마일리지에요. 싸다고 해서 자꾸 갖다놓고 먹으면 배탈 납니다. 여름일수록 이열치열이란 말 들어보셨죠. 땀을 많이 흘리므로 염분이 좀 들어가야 해요. 그래서 오이장아찌(오이지), 무장아찌(무지) 드시잖아요. 그래서 여름에는 좀 짭조름하게 드셔야 땀을 많이 흘린 걸 보충할 수 있어요. 서양의 발효음식은 뭔지 아세요? 치즈, 포도주 같은 거잖아요. 우리나라의 발효음식은 된장, 고추장, 간장, 저장음식들. 그게 다 좋은 음식들이에요. 양념이란 말은 약념((藥念 약처럼 생각해서)에서 변하여 나온 거예요. 음식 못하는 사람이 양념을 많이 칩니다. 적당히 넣어야 합니다. 아까 여법이라고 했죠. 여법이 적당한 겁니다. <최고의 양념은 마음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아름답게 가지고 음식을 잘 만들어서 집에 돌아가셔서 실습하여야겠죠.

 

오늘 재료는 다 집에 가서 해보기 좋은 재료들이에요. 깻잎도 그렇고, 오늘은 깻잎배무침을 해보려고 해요. 그래서 매실청 조금 넣고, 식초 넣어 새콤달콤하게 만들어도 좋지만, 배의 부드러운 맛으로 아주 맛있습니다. 잘 먹으면 잘 산다. 오래 살 수 있어요. 오늘 진관사에서 마음을 배우면서 음식도 잘 배워서 돌아가셔서, 가족 건강, 모든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 잘 하셔야 합니다. 공양송 한번 해봅시다. 합장하고요. 이 밥은 숨 쉬는 대지와 강물의 핏줄, 태양의 자비와 바람의 손길로 빚은 모든 생명의 선물입니다. 이 밥으로 땅과 물이 나의 옛 몸이요, 불과 바람이 내 본체임을 알겠습니다. 이 밥으로 우주와 한 몸이 됩니다. 그리하여 공양입니다. 온 몸, 온 마음으로 온 생명을 섬기겠습니다. 우리 몸은 어디로 돌아간다고 했지요? 자연으로, 지수화풍으로 돌아가요. 숨 쉬는 대지와 강물의 핏줄 등등 다 지수화풍입니다. 온 몸, 온 마음으로 밥이 곧 생명이라고 했죠, 그래서 이 생명을 다 받들겠습니다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음식 하나도 허투루 하면 안 되겠지요. 일미가 칠근(一米七斤)입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중요해요. 쌀 한 톨의 무게도 7근이 되는데, 그걸 수챗구멍에 버려보세요. 제석천왕이 썩을 때까지 합장하고 눈물을 흘리며 계세요. 절대 음식은 함부로 다루면 안 돼요. 1가마에 400백 만 개 쌀알이 담겨있대요. 발우가 있습니다. 그 속에 공양=행복, 물=기쁨, 작은 발우에 담은 밥에도 행복하고, 한 잔의 차에도 기쁨이 다 들어있는 거예요.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깃들어 있고, 한 톨의 씨앗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강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