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법문

[대웅전천일기도회향] 1월 9일 천독다라니기도 회향 및 대웅전 천일기도 회향법문 2022-01-09

 

       반갑습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죠. 무슨 날이에요? 법해 스님께서 명확하게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그냥 좋은 날입니다. 오늘은 참 좋은 날이에요. 또 이렇게 많은 분들이 법석을 함께해 주셔서 더욱더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천일이라는 시간은 이 우주적 시간으로 보면 아주 티끌만큼 작은 시간이고, 또 지구의 나이에 비해서도 티끌만치 작은 시간이에요. 개인의 역사로 봤을 때, 요즘에는 80까지 산다고 쳤을 때, 80년 동안에 그 무언가를 위해서 3년간을 오롯하게 일심으로 여일하게 정진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짧거나 얇거나 그렇지 않죠. 또 진관사 창건 이래로 봐도 천일기도는 참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돌이켜 보면 진관사의 모든 대중들에게 이보다 더 큰 복은 없다. 그중에서도 꼭 집어서 얘기를 하면은, 우리 총무 법해 스님이 복이 제일 많은 것 같고요. 훌륭한 상좌를 둬서 옆에서 천일기도 회향을 하는 것 자체가 큰 복이 아닌가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덕원 스님이 이렇게도 견디고 저렇게도 인내했던 그 공력이 의미가 있다 이 말이에요. 그러니까 천일기도는 덕원스님 개인을 위해서도 기도를 했지만, 천일기도라고 하는 것이 개인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진관사에 있는, 진관사에 소속돼 있는 모든 신도들을 위해서 기도를 했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화평하기를 기도했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서 개인이 힘들고 어렵고 또 마음에 여러 가지 올라오는 것들을 잘 제어하면서 기도를 했는데, 그런 것들을 잘 받아 가려면 이제는 여러분들이 역할을 해줘야 된다 하는 거죠.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느냐. 덕원 스님을 잘 모시고 잘 찬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덕원 스님이 천 일 동안에 뭘 위해서 기도했는가를 생각해야 돼요. 뭘 위해서 기도했을까요. 아마도 마음의 갈애와 마음의 번뇌를 잘 덜어내려고 기도했을 거예요. 여러분의 마음에서도 여러분의 갈애와 여러분의 번뇌를 잘 덜어내는 게 중요하다라는 거예요. 그걸 배워가야 된다는 거예요. 뭘 채우려고 했던 게 아니라, 아마도 그 천 일 동안에는 덜어내고 비워내기 위한 시간이었을 거다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천일기도 그러면 성취, 그러니까 뭔가를 채우고 뭔가를 이룬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그 성취라고 할 때의 그 성취는, 이룬다는 것은 채움의 이룸이 아니라 비움의 이룸이라는 거에요, 비움. 그걸 우리가 정말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마음에 있는 갈애, 갈애라는 게 뭐예요. 갈증이에요. 갈증. 누군가에게 자기의 마음을, 자기의 빈 곳을 누군가가 채워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사람이 됐든 물질이 됐든 간에 자기의 빈 마음을 채워주기를 바라는 그 바람, 그 갈증. 그런데 그 갈증을 부처님의 마음으로 채워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우리는 물질적인 거나 아니면 내가 지금 눈에 보이는 상대방에게 그걸 채우려고 하다 보니까 바람대로 안 되면 어떻게 돼요. 바람대로 안 되면 투정 부리게 되잖아요, 짜증 내게 돼요. 그래서 이 마음의 갈애와 번뇌를 얼마큼 잘 제어하고 비워갈 거냐. 그런 것이, 우리가 그것을 잘 기억해내는 것이 오늘 천일기도 회향하는 덕원 스님의 기도의 공력을 그대로 잘 받아내는 거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금요일 오래 인연이 있는 스님이 갑자기 종단에 큰 소임을 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소임을 그만두고 선방을 갔다고 그래요. 저기 산청에 깊은 산중에 법당 하나밖에 없어요, 건물이. 거기에 무문관이라고 하는 수행터에서 정진을 하고 있어서, 산속을 차를 몰고 -도로에서도 한 20분 들어가야 돼요,- 산꼭대기로 갔는데, 제가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큰 광고판이 붙어 있는 걸 봤어요. 그 광고판이 아마 아이들 학습지를 만드는 회사 같아요. 그런데 그 광고를 보고 내가 깜짝 놀랐어요. 운전하다 보면 잠이 올락말락 할 때 있잖아요. 근데 그 광고 문구를 보고 정신이 바짝 났어요. 뭐라고 쓰여 있느냐 그러면, <사유하고 행동하라>. 일반 아이들 학습지 광구인데 뭐라고 쓰여 있냐면, <사유하고 행동하라>, 이렇게 쓰여 있는 거예요. 옛날에 어르신들한테 법문 듣다가 뒤통수 한 대 딱 얻어맞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때 있거든요. 그런 것처럼 운전하다가 정신이 바짝 났어요. <사유하고 행동하라>, ‘나는 과연 저렇게 사유화하고 행동하고 있는가이런 반조가 되면서, 어떻게 저런 카피를 학습지에서 했는지. 만약에 정말로 그 학습지 광고한 것처럼 그 회사가 아이들에게 그렇게만 가르쳐도 조만간에 한 10년간, 10년 뒤에, 세계에서 제일 뛰어난 나라가 되지 않을까. 물질이나 경제 규모가 아니라 행복 지수로 정말 최고의 나라가 되지 않을까. 근데 우리나라가 경제 지수는 세계 7위니 탑 텐이니 뭐라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행복 지수를 올리게 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버는 걸 얼마큼 잘 쓰게 해 주느냐, 잘 쓰게 할 수 있느냐 이게 관건이에요. 근데 아직까지도 잘 벌게 해달라고 기도를 많이 하거든요. 뭐냐하면 아직도 채우려고 하는 습성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그런 비유를 하나 들고 싶어요. 바다에서는 뭐가 나요? 바다에서는 해산물이 나잖아요. 산에서는 나물도 나고 산삼도 나고 그러죠. 근데 바다에 가서 산삼이나 나물을 얻으려 하면 돼요, 안 돼요. 안 되잖아요.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게 뭐냐면 바다에서 해산물 원하는 거는 잘못된 게 아니에요. 바다에서 나물이나 산삼을 원하는 게 나쁜 거지, 바다에서 해산물을 얻는 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거죠. 이 얘기를 왜 드리냐 그러면 내 마음에 번뇌가 사라지고 갈애가 사라지고 평화롭고 고요하고 따뜻하고 맑고 온화하고 그거를 바라려면은 그 마음밭으로 바꿔야 한다 이 말이에요. 그게 천일기도를 한 이유에요. 그런데 덕원 스님이 천일기도 열심히 해서 회향을 맞이했는데 여러분의 마음밭은 아직도 바닷속이에요. 여기서 금을 원하고 산삼을 원하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이 마음밭을 바꿔야 돼요. 변화시켜야 돼요. 그 말씀을 드리려고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마음밭을 바꾸자. 내 마음 밭을 바꾸려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 갈애, 갈증, 목마름 이런 것들을 좀 내려놓고, 혹시라도 그런 게 있다면 내려놓고, 마음에 번뇌도 내려놓고 마음을 한번 차분히 들여다 봐요. 여러분이 기도할 때,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그래도 진관사에서 나름 열심히 기도하는 분들이니까 다 아시겠지만, 마음이 산란할 때는 공부, 경전을 읽거나 기도를 하는 게 아니에요. 뭘 해야 돼요? 마음이 산란할 때는 제일 먼저 해야 될 것이 산란한 마음을 먼저 가라앉혀 그거부터 없애야 해요. 근데 이제 마음이 확 산란해 있는데 그래 기도를 하라고 그랬지.’ ‘기도를 해야 되겠구나’, 경전을 읽어요. 그러면 마음은 가라앉는 것 같아도 그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게 뭐냐 그러면, 마음이 혼란하거나 마음이 번잡스럽거나 마음이 들떠 있거나, 쉽게 말하면 마음이 화나 있을 때는 그 화 나 있는 걸 가라앉히고 기도를 해야 돼요. 물론 이제 공덕이 많은 분들은 기도하다 보면 그 화난 마음이 가라앉고 사라지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이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갈애와 번뇌가 일어날 때는 그걸 잘 가라앉혀야 되는데. 경전에 보면은요, 놀라운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그 경전 구절을 보고 탄복을 한 적이 있는데, 무슨 구절이냐 그러면, <사라질 번뇌에 사라지라고 집착한다>. 다시 한 번 더 할게요. <사라질 번뇌에, 사라질 번뇌를, 사라지라고 집착한다.> 여기서 이미 게임이 끝나버렸어요. 게임 오버. 게임이 끝났어요. 여기서 모든 게, 내가 현재 마음이 지글지글 막 보글보글 끓는 그 마음은 이미 사라질 거란 말이에요. 무상무아의 이치라는 게 있잖아요. 근데 거기에 딱 들러붙어가지고, ‘번뇌야 사라져라, 번뇌야 사라져라그냥 씨름을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여러분의 마음속에 혹여라도 괴로움이 있거나 갈등이 있거나 마음이 아픈 그런 것들이 있다면 그건 언젠가 사라진다는 거에요. 사라지는 거 붙들고 지금 사라지지 말라고, 사라지라고 주문하면서 사라지지 말라고 하고 있는 거예요. 이것만 잘 생각하면 마음 위치를 싹 체득할 수가 있어요. 우리는 그 방법을 그 마음의 습관 때문에 그걸 계속 반복하고 있는 거예요. <사라질 번뇌에 사라지라고 집착하고 있다.>

이것을 명심하시고 우리 덕원 스님의 천일기도 회향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그 공력 잊지 마시고, 공력을 잊지 않는 방법은 마음의 갈애와 번뇌를 우리가 비워내는 거다. 그 갈애와 번뇌는 영원한 것이 아니라 사라질 번뇌이기 때문에 사라지라고 집착하지 마라.

 

        여러분 마음속에 늘 부처님의 미소와 함께 하는 그런 호랑이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